104 나이 듦을 다시 배우다

걷어버리자, 프레임을

by 먼소리뚜버기

삶이 시작되는 응애응애 울음으로 세상에 태어남을 알렸고, 세월이 흐르니 깜빡 잊는 횟수가 늘어난다. 나는 늙지 않을 것 같다는 착각 속에 살며 ‘나도 나이 들면 저럴까?’라고 묻곤 했는데, 어느새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 우아하게 표현하자면 ‘나이 듦의 흔적’이 내게도 찾아온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는 미디어를 통해 아주 오랫동안 수없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문제 같고, 나도 꽤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단어의 뜻은 알겠는데, 그래서? 나는 무엇을 설명할 수 있지?

저출산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출산하면 얼마나 주는지’다. 지원금이 지역마다 다르다 보니, 아이를 낳기 전에 더 많이 주는 옆 동네로 주소를 옮기는, 이른바 ‘원정 출산’ 같은 일까지 생겼었다. 지원금만 받고 다시 돌아오는 웃지 못할 일들을 보며 우리는 저출산을 그저 ‘돈 문제’로만 인식했는지도 모른다.

고령화는 돌봄이다. 고령화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노인 일자리, 질병, 고독사, 요양원, 요양보호사 같은 단어들이 따라붙는다. 어딘가 늘 걱정과 걱정이 겹쳐 있는 모습이다. 이 정도가 내가 알고 있었던 얕은 지식이었다. 왜 나이 듦의 문제를 노인 돌봄의 문제로만 봤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돌봄 대책만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했었다.

저출산은 출산 지원금, 고령화는 돌봄이라는 프레임을 안고 살았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동안 우리 사회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육아 휴직이나 주거지원을 늘리고, 어르신들을 위해 연금과 일자리, 의료서비스를 확충하는 등 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노력이 언젠가는 우리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릴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지금까지의 정책들은 한 사람의 긴 인생을 ‘삶의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 그때그때 생기는 문제를 급히 꺼내 드는 ‘약 처방’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삶의 여정을 하나의 긴 선으로 이어서 생각해 보면, 저출산은 맨 앞쪽, 고령화는 맨 끝에 서 있다. 자칫 우리 사회가 태어날 때와 늙었을 때, 딱 두 시기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최근에는 그 중간 다리인 ‘청년’에 대한 고민과 지원도 정부와 전문가들을 통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청년정책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일자리”와 “주거지원”을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많이 말은 하지만, 정작 청년들 마음에 얼마나 와닿았는지는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일자리 정책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글쎄, 잘 체감되진 않는다”라는 반응이 적지 않고, 주거지원도 서울 같은 일부 지역을 빼면 여전히 아쉽다는 목소리가 크다.

2023년 대전광역시의회 설문조사를 봐도 비슷하다. 청년들이 “참여해 보고 싶다”라고 꼽은 건 역시 일자리와 주거 정책이었다. 그런데 막상 실제 만족도를 보면, “만족한다”는 답보다 “별로다”라는 답이 더 많았다.

출산, 육아, 청년, 노인, 저소득층, 장애인 등 분야별로 정말 많은 정책이 여기저기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삶’을 중심에 놓고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시각으로, 특히 주민들과 일상을 같이하고 있는 지자체가 해야 할 정책과 일들이 제안되거나 정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도 전략적인 관점을 배우고 싶어서 전문가들이 여는 세미나나 포럼에 몇 번 가봤다. 하지만 대부분 분야별 전문 용어가 오가는 자리라, 비전문가인 내가 이해하고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30여 년의 지방공무원 생활 동안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얻은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비전문가가 생각하는 돌봄’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내가 하려는 일은 “이런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늘어놓는 게 아니다. 아직 포괄적인 자료를 찾기 어렵기에, 비록 학문적인 깊이는 부족하더라도 일상에서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돌봄의 출발점을 한 번 그려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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