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는 법>을 읽고
콘텐츠 마케터. 여러 회사를 경험하면서, 이 이름으로 꽤 오래 일했다. 지금껏 경험한 콘텐츠 마케팅 업무는 꽤 다양한 일을 수행해야 했다. 어느 순간에는 기획자의 일을, 또 다른 순간에는 에디터의 일을 해야 한다. 이외에도 굿즈 기획, 협업 제안, 카드뉴스 기획 및 디자인 등등 올라운더가 되어야 한다.
나는 육각형 콘텐츠 마케터도 아니고, 완전한 올라운더도 아니다. 그저 “이 일 저 일을 꽤 성심껏 하는 사람’ 정도랄까? 스스로를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하는 일들을 ‘정석대로 배운 경험이 없다’라는 불안감을 자주 느낀 탓이다. “지금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걸까?”란 걱정이 늘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특히 이러한 걱정과 불안감을 자주 느낀 일이 바로 ‘인터뷰’였다.
시간과 약간의 경험이 쌓였어도 여전히 인터뷰하는 일은 어렵다. 그런 내게 <인터뷰하는 법>의 출간은 반가운 일이었다. 실제 책을 읽고 나서도, 이 일에 대한 부담과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저 못하는 분야인 줄만 알았는데, 뜻밖에도 내가 잘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하는 법>을 쓴 장은교 작가는 신문기자로, 인터뷰어로 19년간 활동해 온 사람이다. 19년이라는 숫자만 보아도 저자의 전문성이 느껴지는 이 책은, 인터뷰 기획부터 섭외, 진행, 정리까지 전 과정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그중 오래 기억에 남았던 건 ‘차별화’와 ’깊이감‘에 매몰되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내가 인터뷰를 어렵게 느꼈던 이유가 이 두 단어에 담겨 있었다. 나는 인터뷰이로부터 ‘질문이 어려웠다.’란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평범해 보이는 질문들 속에, 인터뷰이가 깊게 고민할 만한 질문을 넣은 탓이었다. 남들과 비슷해 보이는 스토리도, 특별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발생한 문제였다.
깊이감과 차별화에 매몰되어 있던 나와 달리, 장은교 작가는 ’질문받는 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질문받는 마음’ 나는 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만난 인터뷰이는 대부분 인터뷰가 처음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었다. 때문에 더 좋은 기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귀한 시간과 이야기를 내어준 만큼, 두고두고 활용할 수 있는 기사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된 인터뷰이의 마음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었다.
그런 점에서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의 생각이 깊이가 정말 다르구나 싶었다. 인터뷰이의 마음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태도가, 일적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을 테니 말이다. 장은교 작가는 ”인터뷰는 오늘에 도착하기까지의 서로를 살피려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정답이 아닌 길을 찾는 과정‘ 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과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만나게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질문의 크기를 가늠해서는 안 된다. 큰 질문이라고 해서 큰 대답이 돌아오는 게 아니다.
이처럼 <인터뷰하는 법>은 인터뷰라는 분야를 전공 공부하듯이 봐야 하는 책이 아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와 마인드를 배우고, 일로 만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또, 이러한 점들이 결과물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장은교 작가가 자랑을 늘어놓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책 속에 예시로 등장하는 에피소드 중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세상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엄마들의 삶에 주목하고 가치 있는 인터뷰집을 만든 장본인이니, 그녀의 노하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책 역시, 자신의 일을 인터뷰하듯이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성심껏 준비해도 인터뷰이를 만나고 원고를 쓸 때 큰 부담을 느꼈던 이유를 알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책을 통해 든든한 사수를 두었으니,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