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피로감에 대하여
달력의 장수가 2월로 넘어가면 마음속엔 묘한 조급함이 들어앉습니다. 며칠 모자란 달력을 보며 1월에 세웠던 계획들을 점검하고, '더 잘 해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치기 시작하죠. 우리는 늘 무언가를 '잘'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갑니다. 일을 잘해야 하고, 관계를 잘 맺어야 하며, 심지어는 내 삶조차 남들에게 그럴싸하게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잘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깊어질수록, 우리의 일상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불안해지곤 합니다.
제 주변에는 가수 이승윤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소식이 들리면 자기 일처럼 설레하며 제게도 들어보라고 권하죠. 그 친구들을 보며 깨닫는 것은 '자부심'의 힘입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가수의 가치를 믿기에 당당하게 그 세계를 사랑하고 공유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자부심보다는 '증명'에 가깝게 흘러갑니다. 브랜드 마케팅이 판치는 세상에서 우리 자신조차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끊임없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화려한 수사학으로 나를 포장하고, 쉴 새 없이 성과를 내놓아야만 비로소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지곤 합니다.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 씨가 콩쿠르에서 1등을 하지 못해 낙심했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건넸다는 이 한마디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처방전입니다.
삶이 힘겨워지는 이유는 자꾸 내 행위로 나를 '증명'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만큼 유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니 일상이 피곤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진짜 힘은 증명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내가 걷는 이 길을 온전히 사랑하는 '자부심'이 있을 때, 우리는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2월은 꽃을 피우는 달이 아니라, 땅 밑으로 뿌리를 한 뼘 더 내리는 달입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화려한 성취보다, 내 안의 고요를 지키고 내 삶의 본질을 긍정하는 자부심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때로는 내 계획이 어긋나고, 내 능력이 부족해 보여도 괜찮습니다. 그 빈틈이야말로 삶의 새로운 가능성이 채워질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잘하고 싶은 그 예쁜 마음이 당신을 갉아먹지 않도록, 오늘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이미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단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부심을 일궈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