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 강변의 화음, 그리고 뉴욕의 아침
카페 문을 닫는 순간,
허드슨 강변에서
낯선 남성 목소리들이 겹쳐 울렸다.
악기도 없고
조명도 없고
그저 네 명의 남자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아카펠라로 한 곡을 부르고 있었다.
조금은 어설프지만,
화음은 이상할 정도로 잘 맞았다.
각자의 음색이 전혀 다르지만
하나의 선율로 정확히 모여드는 소리.
지유는 그 순간
작게 숨을 삼켰다.
“저 사람들…
마치 King’s Singers 같아요.
그 아카펠라 그룹…”
정교하지 않은데
기묘하게 완벽한 울림.
뉴욕 밤공기에 가장 잘 맞는 종류의 음악.
그리고 그 노래는 바로,
It had to be you.
지유는 잠시 눈을 감고
입술 사이로
아주 작은 중얼거림을 흘렸다.
“…It had to be you.”
그건 그냥 감정이 흘러나온 숨 같은 말이었다.
이선은 그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지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지유는 그를 보지 않았다.
그녀는 노래와 기억을 보고 있었다.
“센트럴 파크에서요…”
지유가 낮게 말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둘이 오랜만에 안부 묻던 장면…
그때 나왔던 노래예요.”
이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지유는 그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강바람보다 따뜻한 온기였다.
이선이 가볍게 말했다.
“걸어갈래요?
아니면… 자전거 탈까요?”
지유가 웃었다.
“이 시간에요?”
“이 시간이라서요.”
이선이 말했다.
둘은 씨티바이크를 꺼내
천천히 발을 올렸다.
지유가 먼저 페달을 돌렸다.
대학 시절 뉴욕에서 자주 타던 버릇처럼,
출발 전에 페달을 살짝 뒤로 굴린 뒤
속도를 붙여 앞으로 나갔다.
이선은 바로 뒤에서
지유의 속도에 맞춰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허드슨 강 쪽 바람이 살짝 불자
그는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It had to be you—
그 휘파람은
전문적이지 않았지만
아까 듣던 네 남자의 화음처럼
묘하게 음정이 맞았다.
지유는 어깨 너머로 바라보며 말했다.
“왜 따라와요?”
“앞에서 타면
지유 씨 안 보이잖아요.”
지유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아서
고개를 살짝 돌린 채
작게 웃었다.
둘은
그리니치 스트리트를 따라
미끄러지듯 천천히 달렸다.
바람,
불빛,
바퀴 소리,
그리고 휘파람.
모든 것이
하나의 장면처럼 이어졌다.
자전거를 도킹하고
아파트로 걸어가는 골목은
더 조용했다.
브라운스톤 건물들 사이로
가로등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강아지 한 마리가
목줄을 끌며 지나갔다.
문 앞에 도착한 순간
이선이 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지유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나도 좋아요.
오늘.”
그 말에
이선은 지유의 머리카락을
뒤로 부드럽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키스보다 더 조용한 순간.
더 솔직한 순간.
멀리서 앰뷸런스 사이렌이 울렸다.
뉴욕은 늘 시끄러웠지만
둘 사이의 공간만큼은 고요했다.
문을 닫자
아파트 안의 따뜻한 공기가
둘을 끌어안았다.
지유는
이선의 가슴에 조용히 기대며 말했다.
“…이선 씨,
오늘… 좋았어요.”
이선은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감싸며
조용히 대답했다.
“그 말…
듣고 싶었어요.”
둘은 한동안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대로 서로 기대 있었다.
햇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올 때
지유는 천천히 눈을 떴다.
거실에서
작은 움직임이 들렸고,
이선이
검은색 alo 모자를
대충 눌러쓴 모습으로 나왔다.
후드티, 조거팬츠,
그리고 그 모자.
뉴욕의 아침을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차림이었다.
“일어났어요?”
그가 말했다.
“…아직 준비도 안 했는데.”
지유가 말했다.
“그게 좋아요.
뉴요커는 아침에 세수도 안 하고
바로 커피 사러 나가는 거예요.
집에서 마시면… 관광객.”
지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오늘은 뉴요커로 해볼게요.”
버치커피 앞은 이미 줄이 길었다.
문을 열자
달콤한 차이와 시나몬 향이
강하게 퍼졌다.
지유는 첫 모금을 마시고
감탄했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그쵸?
이건 뉴욕에서만 나요.”
이선이 말했다.
베이글 가게의 활기는
하루를 시작하는 뉴욕 그 자체였다.
스모크 연어와 크림치즈로 가득한
Nova Lox를 한 입 베어물자
“…세상에.
이거… 미쳤다.”
“이게 뉴욕 아침이죠.”
이선이 말했다.
차이티 라떼와 베이글을 들고
조용한 골목 벤치에 앉았다.
햇빛,
바람,
재즈 라디오,
산책하는 강아지.
모든 것이
두 사람만의 아침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지금 너무 좋아요.”
지유가 말했다.
“나도요.”
이선이 말했다.
“지유 씨랑 있는 아침이
이 도시에서 제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