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꿈꾸며
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에 적힌 구역 번호를 보며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하나의 생명으로서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찰나에 가까운데, 저 기둥에 칠해진 글자들은 마치 영원에 더 가까운 존재처럼 보인다.
생명은 심장의 처음으로 박동하는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소멸을 향해 걸어가지만,
글자와 문장은 생명이 갖지 못하는 지속성, 어쩌면 영원의 질감 같은 것을 가진다.
그래서 나는 내가 쓰는 문장들에 영원에 대한 이루지 못한 욕심을 남겨두고 싶다.
멀지 않은 미래 내가 사라진 뒤에도
한때 내가 품었던 열망과 두려움, 기쁨과 슬픔의 잔향들이 내 문장들의 틈새에 미세하게라도 남아 있었으면 한다.
먼 훗날, 누군가 우연히 내 문장을 읽다가
내가 살아 있던 시간의 냄새. 아침의 병원 냄새, 바닷가의 짠 내음,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온도 같은 것을 아주 작게라도 느껴준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영원 속 작은 흔적이 되어 살아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