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지나간 자리에, 여름이 머문다

— 그 작별이, 여름이 되기를

by 강혁

벚꽃이 지고 있었다.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떨어지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이별을 떠올렸다.

올해의 봄도, 무언가와의 관계도 이쯤에서 끝이구나 싶었다. 괜찮은 척 했지만, 조금 아팠다. 떠나는 것엔 언제나 익숙해지지 못했다.


나는 그 사이에 서 있었다.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아주 잠깐의 틈 같은 곳에서. 그 순간, 바람이 바뀌었다. 햇빛의 각도도 어딘가 낯설었다.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ㅡ

여름이 오고 있다는 걸.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끝난 줄 알았던 관계가, 그저 다른 방식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떠나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그날 그 사람도 그랬다. 말 없이, 깔끔하게. 마치 흩날려 바닥에 쌓여버린 벚꽃처럼, 존재감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정리된 자리, 말끔한 침묵.

모든 게 끝난 것 같은 그 분위기 속에서 단 하나, 확실하게 느껴지는 게 있었다.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을.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에, 다시 마주할 수 있다고.

물론 모든 이별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떠난 자리를 원망 대신 희망으로 기억할 수 있기를.

그 자리가 여름을 데려오는 자리이기를.


나는 바란다. 벚꽃이 져야 초록잎이 돋아나듯, 그 작별이 무너짐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위한 작은 정리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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