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은 몇 시에 하는 것이 '좋아보일까?'
얼마 전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서 신입 아나운서 일상이 나온 적이 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출근 전 러닝을 하는 부지런함도 일기를 쓰는 꾸준함도 아니었다.
회사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8시 58분까지 기다리다가 9시에 맞춰 출근하는 모습이었다.
충격이었다.
아.. 라떼는 말이야...
물론 아나운서는 같은 팀이라도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특수성이 있는 직군이기에 가능하겠지 하면서도 저것이 요즘 신입사원의 단면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은 우리 팀만의 룰이 있다.
10분 전 출근하기.
이것은 내 팀원으로서 지켜야 할 일명 아묻따(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규칙이다.
생각보다 출근 후 업무 전에 해야 할 일이 꽤 많다. 출근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한다면 화장실도 한 번 갔다 와야 하고, 커피도 한잔 사 오거나 타야 하고, 흡연자들은 담배도 한 대 피워야 한다. 이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10분 전 출근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말 그대로 출근시간은 "출근 시간"이지 "업무 시작 시간" 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팀장이 되었을 때 10분 전에 출근하라고 규칙까지 정해야 할 것이라고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
나의 경우 팀과 일의 특성상 아침에 임원이 갑자기 찾아서 일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도 많았고 아침에 있는 임원미팅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 필수기도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상사가 나보다 먼저 출근해 있는 것이 불편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기도 했고 그런 시대를 살아오기도 했다. 그래서 늘 출근시간보다 30-40분 일찍 도착했고 그 습관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 시간은 일을 더 하려는 시간도 악착같음은 아니다. 난 그저 오늘 하루를 무너지지 않고 시작하기 위한 준비시간을 가질 뿐이다.
세월은 흘렀고 변했다. 지금은 유연근무제도 활성화되어 있고, 야근을 하면 수당을 주는 회사도 많아진 세상이지만 출근을 빨리한다고 해서 수당을 주지는 않는다. 억지로 오버 타임으로 희생하라고 말하 수 없는 시대이다. 대부분의 젊은 직원들은 출근시간 맞춰서 출근하는 것이 익숙하다.
하지만 여전히 출근 시간은 "내가 얼마나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준비되어 있나"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은 될 수 있다.
예전에 모셨던 전무님과의 회식자리가 무르익었을 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우리 층에서 말이야. 내가 출근할 때 누구누구는 이미 출근해 있고, 내가 출근 후 그다음에 누가 출근하고 그다음에는 누가 와. 그리고 누구는 맨날 아슬아슬하게 오더라."
그냥 흘려들을 수도 있었겠고 전무님도 큰 의미 없이 하신 말씀일 수도 있지만 난 다르게 들렸다.
'내 출근 시간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이게 핵심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었어도 임원들의 출근 시간은 누구보다 빠르다.
그리고 그 임원들은 의도했든 안 했든 그 층의 자신이 맡은 조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그럼 그 임원들은 출근하는 직원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임원도 보이는 직원 출근시간을 그 밑의 나의 상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 해서 꼭 업무를 일찍 시작하라는 것은 아니다. 업무 시작 전 책을 한 장 읽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뉴스를 검색해 볼 수도 있다. 동료와 커피 한잔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임박한 시간에 헉헉 거리며 도착하는 직원과 여유롭게 업무시간을 준비하는 직원은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성과를 명확하게 숫자로 보여줄 수 없는 사무직일수록 이 법칙은 강력하게 적용되기 마련이다.
10분 전 도착.
성실함을 증명하는 최소한의 여유이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 시간이다.
누군가는 꼰대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지각만 하지 않으면 아무 말하지 않는 팀장들도 많다.
하지만 누구나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출근 하는 작은 태도조차 결국 일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규칙안에는 고작 10분 때문에 일 잘하는 내 팀원이 다른 이들에게 불성실하게 보이는 것을 원치 않는 팀장으로서 나의 염려 또한 포함되어 있다.
출근은 몇 시에 하는 것이 좋나요?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를 "브랜딩"해야 살아남는 치열한 조직에서 현명하고 지혜로운 모습을 보이자. 하루 10분 남짓한 시간이 그대의 인상과 앞으로의 회사 생활을 좌우할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