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을 중심으로
나는 한때 이메일 한 통에 참 많은 공을 들였었다.
내가 쓴 예의 바르고 친절하고 상세한 이메일 한 통을 바라보며 스스로 뿌듯한 적도 많았다. 그리고 이메일의 회수 기능이 그렇게 좋았다. 열심히 써서 보내놓고도 다시 보면 또 고치고 싶은 부분이 발견되니, 얼른 회수(삭제)하고 다시 더 공들여 써 보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한 부분이 상대방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상황에 따라 명확한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오직 경험이 쌓여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 꼴랑 이메일 한 통에 집착했을까?
나는 이것도 결국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라는 결론을 내렸다. 거두절미하고 본론 한 두 줄만 딱 원하는 사람에게 장황한 글은 무의미하다. 그런데 나는 내 스타일만에 집착했던 것이다. 서로 피곤하게.
요즘은 좀 자유롭다.
상대방에게 맞춘다. 두세 번 이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상대방의 스타일을 알 수 있다. 그럼 나는 기꺼이 맞춘다. 인사를 생략하는 사람이면 그게 예의가 있네 없네를 따지지 않고 나도 본론만 얘기한다. 세상 편하다. 이메일 자체를 귀찮아하는 사람과는 문자로 대신하기도 한다. 세상 편하다. 그렇게 살아봤는데 세상이 무너지지 않았다. 일이 틀어지지 않았다.
굳이 이메일뿐일까?
내가 나만을 위해 하는 일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하든 무슨 상관이겠나. 그러나 나 이외의 상대방과 무언가를 함께 할 때는 굳이 내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으려고 한다.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세상 편해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