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by 생각하는 생활인

부모님이 작은 마트를 하시던 곳은 꽤나 험했다. 뜨내기들이 많은 동네였고, 양아치도 많은 동네였다. 부모님의 부탁으로 CCTV 카메라를 용산에서 사 와, 내가 직접 가게에 설치하기도 했다.


나는 가끔 부모님을 대신해 가게를 봤다. 그렇게 험한 곳에서 그럭저럭 평온한 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덩치가 제법 큰 손님이 들어왔다. 나는 '어서 오세요' 하며 웃었다. 그런데 손님이 인상 쓰며 말했다.


"왜 웃어요?"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표정이 굳었다.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손님이니까 반가워서 웃었는데 왜 웃냐니.


손님이 물건을 계산대로 가져왔다. 나는 어색하게 경직된 표정으로 가격을 알려줬다.


'쨍그랑~ 짜라락~'


손님은 자기 손에 있던 동전을 세다가 '에이~' 하며 계산대에 휙 던져버리고 나갔다. 연이은 황당함과 폭력적인 모습에 손님을 붙잡을 생각을 못 했다. 주섬주섬 동전을 챙겨보니 물건의 가격보다 모자라지 않았다. 그렇게 몇십 원의 돈이 남았지만 충격도 남았다.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된 일이다. 그 후로 나는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쉽게 웃지를 못 했다.


입김이 나던 어느 날, 나는 다시 가게를 보고 있었다. 한 손님이 들어왔다. 손님은 '평범하게' 물건을 고르고, 가격을 묻고, 값을 치렀다. 나는 안심했다. 손님은 가게 문을 밀며 나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돌아봤다. 나는 흠칫 놀랐고, 손님은 말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또, 할 말을 잃었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크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였다. 그날 이후, 그 손님을 다시 본 적은 없다. 그때 나도 손님에게 한마디 못 한 것이 아쉽다. 바보 같이 웃기만 했다.


나는 오래전, 그 험한 이의 행태를 잊지 못한다. 나쁜 기억은 확실히 오래가는 것 같다. 그런데 다행히 그 좋은 이에 대한 기억이 더 크게 남았다.


"손님, 잘 지내시죠? 메리 크리스마스!"

작가의 이전글제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