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Filante)처럼 등장한 필랑트,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을지
르노 필랑트에 대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은것 같습니다.
발표전부터 그랑콜레오스와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차라는 이야기는 널리 퍼져있었기 때문에, 또 국내에서 잘팔리는차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장막이 벗겨진 필랑트의 첫 모습을 보았을때 꽤나 신선한 모습이었습니다. 2024년에 출시되었던 르노 그랑 콜레오스와 비해보면 필랑트는 완전히 다른 체급, 전혀 다른 테마의 차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르노 브랜드가 한국시장에 적응하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봐왔던 저는 그랑콜레오스가 출시 되었던 때 안도감을 느꼈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꼭 필요 했던 르노가 잘 팔릴만한 사이즈에 무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남들과 다른 차를 타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를 어느정도 만족시켜 줄만한 디자인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무대위의 필랑트는 프랑스에서 건너와 한국 패치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올라온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르노가 자랑하는 클리오의 레드나 라팔의 블루 색상 이었다면 유럽에서의 신차발표회라고 해도 믿었을 지 모릅니다.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꽤나 과감한 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르노가 왜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필랑트는 한국시장을 위한 차이기도 하지만, 르노의 글로벌 전략을 완성하고 차량 포트폴리오에 공백으로 남아있던 세그먼트 완성하는 역할을 맡은 모델로 보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잘 팔리기 위한 목적보다 르노가 추구해온 콘셉트와 디자인 철학(Nouvelle Vague; New Wave)을 담아낸 상징적 존재를 만들기 위한 목적에 더 가깝고, 그만큼 시장에 타협하기 보다는 완성도 있는 디자인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르노의 CEO와 디자인총괄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신차발표에 참여한 것 역시 한국 시장에 대한 중요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지만, 동시에 르노가 마침내 완성도 높은 플래그쉽 SUV를 만들어 냈다는 자긍심의 표현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남들과는 다른 차를 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어느정도 존재 합니다. 이 수요는 지위를 나타내는 차를 선호하는 수요와는 또 다른 수요로 동시에 가격에도 민감한 소비자, 즉 다른 차를 타고 싶지만 더 지불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을 타겟하려면 가격차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다르든지, 다름이 부족하다면 가성비가 좋아야 합니다.
지난 날 르노 삼성 시절의 차들은 ‘남들과 다름’ 을 전면에 내세우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금 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었던 만큼, 점유율이 높을 수록 안전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브랜드 관점에서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신차로 출시되었던 SM6와 QM6은 오랜 기간동안 할인 위주의 판매가 이어지다 르노삼성 브랜드의 종료와 함께 단종되게 되었습니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의 디자인 정체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도 한국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지 않은 상품이었습니다. ‘남들과 다름’은 전면 그릴과 르노 엠블럼, 색상 선택에 집중되어 있었고, 마케팅 역시 실내 동승석 스크린을 중심으로 (Think wider)전개되었습니다.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차를 타고 싶은 수요를 구매로 전환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르노 엠블럼을 단 차들이 도로에 더 많이 보이게 되었고, 팝업 스토어와 과감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친숙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시장이 허용하는 차별성의 한계점이 조금씩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랑 콜레오스가 일정 수준의 판매량을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플래그십 모델에서는 디자이너에게 허용되는 디자인적 자유도 역시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필랑트는 이 지점에서 등장한 차입니다.
특히 중대형 SUV세그먼트에서 ‘남들과는 다른 차’를 원하는 니치 수요를 공략하기 때문에 필랑트가 상징적 모델로만 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도 확보할 수 있을거란 판단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필랑트가 어느정도 성공한다면 부산공장의 가동률도 높여 이곳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차량들 전반의 마진도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biz.chosun.com/industry/car/2026/01/14/4HFGYO3BDJHQTETXXZCC26BHBI/
글을 쓰고있는 현재 기준으로 사전예약 대수가 2천대를 돌파했다는 소식입니다. 싼타페, 쏘렌토, 팰리세이드 등 쟁쟁한 모델들이 각각 연간 7만~10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랑 콜레오스의 판매량을 잠식하는 방향으로 움직일지 아니면 경쟁사 모델의 판매량을 가져오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