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고 있었던 이별
9년이란 시간은 너무 크다.
그냥 공기 같은거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
늘 함께였다.
우리가 헤어지던 날,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건
그의 단호한 표정도, 말도 아니었다.
'정말..이번엔 끝일까?’
그 질문을 스스로 하는 순간,
그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기대가
오히려 나를 더 잔인하게 무너뜨렸다.
우리가 5년 차쯤에 한 달정도 헤어졌을 때가 있다.
다시 만나 데이트를 하는데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가 흘러나왔다.
내가 말했다.
“오빠랑 헤어지고 이 노래 들으면서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이 가사 때문에 울었었어. 너무 공감됐어.”
그때 오빠는 별말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드라이브 중에 같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오빠가 말했다.
“은수야, 이 노래 들으면서 내 생각 했었다고 했지
이거 우리 노래같아.”
아, 오빠도 이별은 버겁고 두려운 일이였구나.
그렇게 느꼈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어긋날 때도 모른 척했고,
멀어지는 순간에도 애써 눈 감았고,
끝이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버텼다.
바다가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이라면 —
우리가 어떻게 버틸 수 있겠냐고.
어쨌든 끝은 결국 왔다.
사실 둘다 알고 있었다.
누가 먼저 말하느냐만 남아 있는,
눈치게임 같은 끝.
그렇게 우리는
이별을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