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바다가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던 이별

by 가린

9년이란 시간은 너무 크다.

그냥 공기 같은거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

늘 함께였다.


우리가 헤어지던 날,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건

그의 단호한 표정도, 말도 아니었다.


'정말..이번엔 끝일까?’

그 질문을 스스로 하는 순간,

그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기대가

오히려 나를 더 잔인하게 무너뜨렸다.


우리가 5년 차쯤에 한 달정도 헤어졌을 때가 있다.

다시 만나 데이트를 하는데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가 흘러나왔다.


내가 말했다.


“오빠랑 헤어지고 이 노래 들으면서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이 가사 때문에 울었었어. 너무 공감됐어.”


그때 오빠는 별말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드라이브 중에 같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오빠가 말했다.


“은수야, 이 노래 들으면서 내 생각 했었다고 했지

이거 우리 노래같아.”


아, 오빠도 이별은 버겁고 두려운 일이였구나.

그렇게 느꼈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어긋날 때도 모른 척했고,

멀어지는 순간에도 애써 눈 감았고,

끝이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버텼다.

바다가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이라면 —

우리가 어떻게 버틸 수 있겠냐고.


어쨌든 끝은 결국 왔다.

사실 둘다 알고 있었다.

누가 먼저 말하느냐만 남아 있는,

눈치게임 같은 끝.


그렇게 우리는

이별을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