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은 언제 사람이 아니게 되는가

일할 때는 분명 사람이었다.

by 사이의 사람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나는 한동안 내가 사람인지 아닌지
헷갈리지 않았다.

일할 때는 분명 사람이었다.
업무를 맡았고, 책임을 졌고,
현장에서 필요한 존재로 불렸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 했고,
마감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남았다.

사람으로 대우받는다는 감각은
그렇게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함께 일하고, 말을 건네고,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느낌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 감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일 때문이 아니라
말을 꺼낸 순간부터였다.

처음부터 마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업무는 빠르게 익숙해졌고,
현장에서 필요한 역할도 자연스럽게 맡게 되었다.
누군가 자리를 비우면 그 공백을 메웠고,
그 과정에서 ‘계약직’이라는 말은
크게 의식되지 않았다.

그러다 처음으로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불만을 제기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구조 안에서 어디까지가 내 역할인지,
무엇을 기대해도 되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 이후부터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말의 길이가 짧아졌고,
논의의 자리는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함께 공유되던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없는 자리에서 정리되었다.

문제 제기 이후
공식적인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어떤 내용이 논의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결과만 전달되었다.

불인정.

그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맥락이나
그동안의 업무 내용은 함께 설명되지 않았다.

대신 반복해서 들은 말들이 있었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그 말들은
상황을 정리하기보다는
더 이상의 질문을 필요로 하지 않는
표현에 가까웠다.

그 이후로
나는 질문을 한 사람이 아니라
자격지심 가진 사람이 되었다.

업무 태도나 성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이미 관계의 기준이 달라져 있었고,
그 기준은 다시 설명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분명했던 것은
거절이 아니라 침묵이었다.

설명은 없었고,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질문은 남았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