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신입 간호사였던 너에게!
처음 신졸 간호사로 병동에 출근하던 날을 나는 아직도 기억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아, 늘 두려움이 먼저 앞서던 너의 모습도 함께 떠올라.
책에서 배운 간호와 현실의 임상 환경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었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계속되었지. 의학용어가 오가는 의료진의 대화 속에서 병동의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괜히 가슴이 먼저 철렁 내려앉던 너였어.
상시로 맞닥뜨려야 했던 응급 상황들 속에서 해야 할 일은 분명했지만 몸이 먼저 굳어버리던 순간들도 있었지. 너의 지식과 선택, 그리고 너의 손끝에 타인의 생명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또렷이 자각했을 때,
너는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기도 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어.
너는 늘 스스로의 부족함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고, 죄책감마저 느끼며 자신감이라는 말은 마치 너와는 무관한 단어처럼 여겼을 거야.
남들이 잠자리에 들 때 출근하고 남들이 하루를 시작할 때 퇴근하는 3교대 근무 속에서, 괜히 서글프고 서러워 눈물을 흘리던 날들이 많았다는 것도 알아.
그럼에도 너는 하루하루 무겁고 힘겨운 시간을 묵묵히 견뎌냈지.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되었어.
늘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각하고, 그래서 더 배우려 애썼던 태도, 그 책임감으로 그 자리를 지켜낸 것만으로도
너는 이미 충분했다는 것을.
그때의 너에게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어.
하루하루 버텨낸 시간만으로도 너는 값진 날들을 살아냈다고, 그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처음부터 완벽한 간호사는 없어.
다만 자신의 부족함을 외면하지 않고 더 알고자 노력했던 그 순간마다, 너는 그 자리에서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