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중 어디에 있는가?

카사노바의 생존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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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서는 이전에 언급했던 인간 욕구 5단계설을 다시 한번 인용하겠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최하위 단계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그다음 단계인 안전의 욕구를 비롯한 상위의 욕구들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보다 높은 차원의 욕구를 온전히 추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질문을 던져보자. 현재 여러분은 이 다섯 단계 중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마도 이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매우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대체로 개인의 경제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일정한 나이가 있고, 직장에서 비교적 높은 지위에 있으며,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나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위 단계의 욕구를 충족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최상위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에 거의 도달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물론 부와 명예가 없더라도, 남들보다 높은 수준의 자아실현을 이루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다수의 성인들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조차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 여러분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매일같이 언론에서 쏟아지는 복잡한 경제 용어를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도심 한복판을 조금만 둘러보면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 쉽게 체감할 수 있다. 한때 노른자위 땅이라 불리던 도심의 대형 건물들조차 공실이 즐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2026년 3월 현재, 내가 거주하는 도시의 번화가는 예전과 달리 눈에 띄게 조용하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에는 활기가 사라졌고, 상점들 역시 한산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안정적인 생존’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부터는 왜 우리나라 대부분의 성인들이 융이 말한 자기의 실현과는 한참 거리가 먼, 매슬로우의 1단계 욕구에 머물러 있는지를 몇 가지 이유로 설명하겠다.


최근 들어 공무원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종종 들리지만, 실제 상황은 그와 다소 다르다. 공무원 시험의 연령 제한이 폐지된 이후,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대거 시험 준비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라면 은퇴 후 휴식을 즐겼을 나이인 60세를 넘긴 이후에도, 생계를 위해 각종 자격증 시험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불안정한 사회 구조 속에서 최소한의 생존과 안전을 확보하려는 절박한 움직임에 가깝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다수의 성인들이 여전히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중 가장 하위 단계인 생리적 욕구에 고착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매슬로우가 말한 생리적 욕구 가운데서도 비교적 상위에 속하는 성욕을 온전히 충족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이제 신분 상승의 사다리는 사실상 사라졌다.”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곧 자녀의 경제적 조건을 결정짓는 구조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극소수의 부유층 자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성인들은 부모로부터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 오히려 빚을 물려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느낄 정도다.


이러한 현실은 특히 우리나라의 20~30대 청년층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들 다수는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된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약 34%에 이르며, 이들 가운데 약 40%가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른바 MZ세대(2030 세대)의 경우, 55%가 월세 거주자이고, 그중 81%는 원룸과 같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젊은이들이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열악한 주거 환경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생활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며,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중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조차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인간이 더 높은 차원의 욕구를 추구하거나, 나아가 자아실현을 논하는 일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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