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뇌과학적인 직관

카사노바의 생존심리학

이 글의 목적은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을 통해 흔히 나쁜 남자로 불리는 카사노바의 심리를 분석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들의 이론이 일반 독자에게는 상당히 난해하다는 점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이들의 저작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이론을 쉽게 풀어쓴 여러 2차 해설서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2차 해설서는 필연적으로 해설자의 관점과 해석이 개입되기 마련이어서, 원저자가 실제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 이는 사실 모든 해설서, 나아가 모든 저작이 안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든 프로이트와 융이 원래 의도했던 사유의 방향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그러던 중, 젊은 시절의 프로이트가 1895년에 집필한 논문 『과학적 심리학 초고』를 접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 프로이트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시냅스(synapse)와 유사한 개념을 언급한다. 물론 그가 사용한 개념은 현대 신경과학에서 정의하는 시냅스와는 다르다. 프로이트는 심리적 에너지가 신경계의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는 가설적 모델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첨단 뇌 영상 기술은커녕 기본적인 신경과학적 도구조차 없던 시대에 이러한 놀라운 발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프로이트가 얼마나 뛰어난 직관을 지닌 인물이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프로이트는 실제로 젊은 시절 신경해부학을 연구하며 뇌의 구조와 기능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 점을 떠올리며, 나는 현대의 뇌과학 지식을 활용한다면 프로이트가 가졌던 사고의 흐름에 한층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두뇌 각 부위의 기능과 상호 연결 방식을 프로이트의 이론과 하나씩 접목해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짙은 안개가 걷히듯, 이전까지 막연하게 느껴졌던 프로이트의 이론이 놀라울 정도로 또렷하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의 개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자연스럽게 읽히는 경험을 했다. 마치 그의 의식 속으로 잠시 들어간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마도 이는 프로이트의 이론 자체에 이미 뇌과학적 직관이 깊이 스며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나는 더욱 난해하다고 알려진 융의 집단무의식 이론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보았다. 결과는 비슷했다. 뇌과학적 관점을 통해 접근하자, 융의 개념들 또한 융 자신의 문제의식과 사고의 흐름 속에서 빠르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글은 바로 이러한 나의 이해 과정을 담고 있다. 이제부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두 위대한 심리학자의 이론을 뇌과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