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프로이트다. 오늘날 프로이트라고 하면 곧바로 무의식을 떠올릴 만큼, 그는 일반 독자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인물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을 의식(consciousness), 전의식(preconscious), 무의식(unconscious)이라는 세 영역으로 구분했다.
여기서 의식이란 우리가 오감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을 직접 느끼고 인식하는 정신 상태를 말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의식을 “현재 어떤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태”로 정의한다. 그러나 우리의 주의는 한 대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대상에 주의를 돌린다.
이때 조금 전까지 집중하고 있던 대상은 두뇌 속에 기억(memory)이라는 형태로 저장된다. 이러한 기억 가운데, 우리가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곧바로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바로 전의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대상 역시 두뇌에 저장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비록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두뇌에 남아 있는 기억의 상당 부분이 바로 무의식에 해당한다. 뇌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무의식 역시 엄연히 기억의 한 형태다.
그렇다면 기억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기억이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과거의 경험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희미해진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분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이른 기억은 대략 만 3세 전후에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두뇌 속에서는 그 기억이 다시 ‘현재’처럼 생생하게 재현된다. 더 나아가 우리는 이 기억을 토대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까지도 상상한다. 즉, 두뇌 속에서는 과거와 미래 모두가 현재처럼 경험된다.
이러한 현상을 뇌과학자 엔델 툴빙(Endel Tulving)은 ‘정신의 시간 여행(mental time travel)’이라고 불렀다. 사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이러한 정신의 시간 여행을 반복한다. 이것이 바로 기억의 본질이며, 프로이트가 말한 전의식의 핵심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이미 지나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약간의 노력만으로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기억, 그것이 바로 전의식이다.
그렇다면 무의식이란 무엇일까? 심리학에서 말하는 무의식이란,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정신 활동의 영역을 의미한다. 비록 의식적으로 인지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무의식이다. 다만 이 설명만으로는 여전히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여기에 뇌과학적 해석을 덧붙이고자 한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무의식은 주로 습관화된 몸동작과 자동화된 행동 패턴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습관적 움직임을 담당하는 핵심 두뇌 부위가 바로 기저핵(basal ganglia)이다. 사실 이 기저핵에 저장된 행동 패턴이 많을수록 우리는 적은 주의 집중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의식적인 통제를 거의 거치지 않고 행동이 실행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습관적 몸동작이 처음부터 무의식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복적인 연습과 시행착오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는 반드시 의식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비슷한 행동이 충분히 반복되면, 그 행동은 점차 습관이 되고, 마침내 의식의 영역을 벗어나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의식이 무의식으로 이행되는 과정이며,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이 일상 속에서 형성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