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스에서 《クッキングパパ 》를 떠올리다

일본 · 오래전에 읽은 한 장면이, 지금의 도시를 설명하는 순간

by Mansongyee



타워 맨션이 모여 있는 도요스.

넓은 보행로와 공원이 이어지고, 유모차를 끄는 젊은 가족들이 많았다.


나는 그날
넓은 보행자 도로를 따라 전기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엄마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뒤로 아이들을 태운 채, 씩씩하게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그 순간 오래된 기억이 조용히 올라왔다.

하루 종일 그 느낌이 이어졌다.


그 현대적인 도시의 풍경 속에서
문득 떠 오른 오래된 만화책.
《クッキングパパ 》

국내판 《아빠는 요리사》


가족과 이웃,

밥상과 일상을 담은
전설적인 일본 요리 만화다.


거의 30년 전,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우리 집 화장실에는 이 만화책이 늘 굴러다녔다.


세트로 사 두고 읽다가 책 속의 요리가 궁금해지면 어느 날은 그 메뉴가 우리 집 식탁에 올라와 있었다.


일미씨 가족 이야기 덕분에 우리 집 밥상 앞의 대화는 풍성해졌다. 네 식구가 한마음으로 좋아했던 만화였다.


《쿠킹파파》의 진짜 묘미는 소개하는 요리보다도 그 시절 일본의 생활 풍경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었다.


“일미씨 그 편 봤어?”
누군가 그렇게 말하면
그날은 온 가족이 그 편을 다시 봐야 했다.
우리 집의 아날로그식 대화 창구였다.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이민 올 때 가져왔던 몇 권이 눈에 띄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시 펼쳐 보았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 리딩글라스에 의존해도 쉽지 않았다.


그 시절 그 책은
지금 보니 글씨가 참 작았다.

그래도 오래된 종이의 향기 때문에 아직 쌓아두고 있다.


진정한 슈퍼맨 아빠, 일미씨(아라이와 카츠미).
사각턱에 덩치 크고 무뚝뚝해 보이는
전형적인 직장 상사 같은 얼굴이지만,
집에서는 아내를 대신해
요리와 살림을 해내는 사람.


당시에는 파격적이면서도
따뜻한 캐릭터였다.


그 덕분인지
남편도 한때 요리에 빠졌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주방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그 자신감은 아마 그 시절 만화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이를 앞뒤로 태우고 씩씩하게 달리는 엄마들의 모습은《쿠킹파파》 속 일미씨의 아내 홍자(니지코)와 이웃 엄마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쿠킹파파》에는 아이를 태운 채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도
가족의 식탁을 고민하며
마트로 달려가는 그 움직임.


아마 그것이 그 만화가 오래 남아 있는 이유였을 것이다.


내가 좋아했던 캐릭터는
파칭코를 좋아하는 어머니 카츠요였다.
덩치가 크고 성격도 화끈했다.
파칭코 기계 앞에 앉아 있는 모습조차 이상하게 멋있었다.


그 시대 일본 동네마다 있던
파칭코장의 소음과 담배 연기까지
만화 칸 너머로 느껴질 정도였다.


스토리도 재미있었지만
책 뒤에 실린 실제 레시피도 자주 들춰보았다.
아이들이 원하는 메뉴가 생기면
우리 집 식탁으로 이어졌다.


특히 메밀국수.
시판 육수가 흔치 않던 시절,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로 직접 육수를 내고
무를 강판에 갈아 만들던 메밀국수.
그 서늘하고도 달큼한 향기가
지금도 생각난다.


일본에서는
아이를 앞뒤로 태우는 자전거를
"마마 차리"라고 부른다.
세월이 흐르며 전기자전거로 바뀌었고,
도시는 더 현대적으로 변했다.


그런데 아이를 앞뒤로 태우고
씩씩하게 달리는 엄마들의 모습만큼은
《쿠킹파파》속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의 도요스는
새로운 도시라기보다
오래전에 읽은 일본의 한 페이지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제,

도시를 빌딩이 아니라

그 안의 속도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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