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트바스 Nov 26. 2022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하지 않는다

아이디어 수집함 만들기 #2




머릿속은 너무 복잡해 


우리 인간은 종종 머릿속이 복잡할 때 '수만 가지 생각'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우리는 정말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며 사는 걸까? 셀 수 없다는 뜻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쓰이기 시작한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근거가 밝혀졌다. 실제로 2020년 7월, 캐나다 퀸스대의 한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인간의 뇌에서 1분마다 6.5번의 생각 전환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해 냈다. 인간이 하루 평균 6,200번의 생각을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결론적으로 우리는 하루에 적어도 수천번의 생각을 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수천번의 생각 속에서 아이디어가 탄생하게 된다. 생각이 넓은 의미에서 의식활동과 그 내용 모두를 뜻한다면, 아이디어란 그 생각들 중에서도 ‘멋진 생각'을 말한다. 머릿속이 갑자기 환해지는 기분이 들거나, 느낌표가 생각나고 빨리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이건 정말 획기적이라고 느껴지는 그런 생각들 말이다. '아이디어'를 포함한 수많은 생각은 인지된 정보로부터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인지 정보들은 해마를 통해 임시 기억으로 저장된다.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된 임시 기억은 휴지통으로, 중요한 정보는 기억저장소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멋진 생각'도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오!' 혹은 '아하!'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 오르는 아이디어 역시 역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해마는 가차 없이 휴지통으로 던져버린다. 휴지통으로 들어간 아이디어는 여간해서는 끄집어내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는 방법은 딱 하나다. 기록. 반짝 떠오른 아이디어들은 기록 행위를 통해 '이거 기억해둘 만한 가치가 있어'라고 신호를 줄 수 있다. 심지어는 알 수 없는 오류로 그 신호가 먹히지 않더라도 괜찮다. 아이디어는 이미 기록되어 언제든 다시 펼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이디어를 수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 두번째 뇌 활성화 하기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혹은 '더 멋진 생각을 없을까?'. 우리는 늘 아이디어를 찾아 헤맨다. 적어도 당신이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즐긴다거나, 일 벌이기를 좋아한다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궁리를 하고 있다던가, 사람들에게 더 멋진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을 하는 생산자(Creator) 중 한 명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어렵게 찾아온 아이디어라도 기록하지 않은 아이디어는 흘러가기 마련이다. 뇌는 바쁘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물학적 뇌는 하루에도 수천 가지 생각을 떠올리고, 쉴 새 없이 입력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판단하며, 저장된 기억들을 끄집어내기 위해 애쓰고, 맞닥뜨린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 뇌 구석구석을 살피며 종일 바쁘게 움직인다. 수시로 행해지는 아이디어의 기록 행위 혹은 수집된 아이디어 그 자체는 인지 정보를 처리하는 해마에게 힌트를 주는 동시에 저장장치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일종의 세컨드 브레인(Second brain)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간의 생물학적 뇌를 첫 번째 뇌라고 한다면, 아이디어 수집함은 두 번째 뇌가 된다. 두 번째 뇌라는 단어가 생소하다고 해도, 당신은 이미 두 번째 뇌를 사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험을 대비해 정리해둔 노트,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해 쓴 (어쩌면 강제에 의해 억지로 썼을지도 모르는) 일기장이 그 증거다. 세컨드 브레인은 쉽게 말하면 공책이나 수첩, (애플리케이션 형태를 포함한) 메모장 정도로 말할 수 있다.


노트를 사용함으로써 당신의 첫 번째 뇌는, 인지 정보의 출력을 위해 조금 덜 노력할 수 있게 되며, 그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만 기억하면 된다. <Building a second brain>(두 번째 뇌 만들기)의 저자 티아고 포르테(Tiago Forte)는 “두 번째 뇌 시스템은, (첫 번째) 뇌를 최적화하지 않은 채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궁금해하고, 지금 여기에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말한다. 첫 번째 뇌 '고유의 일'을 위해 두 번째 뇌를 최적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때 비로소 당신의 진짜 뇌는 더 창의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 쓰임과 한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인간은 지금까지 알려진 뇌기능들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해 더 잘 기억하는 법, 더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는 법 등을 연구한다. 아이디어 수집함도 그 노력의 일부이며,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게 해 주는, 쉽고 간단하지만 강력한 도구다. 당신은 언제나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일 것이다. 어느 날 불현듯 영감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멋진 생각'은 외부에 있지 않다. 아이디어의 기록을 시작해보자. 그리고 더 멋진 생각을 끄집어내 보자. 





* 생각의 정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95906&cid=41978&categoryId=41986

* 기억의 구조 : https://blog.naver.com/tripleluck24/222837861060

* 제목은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가바사와 시온, 쌤앤파커스)의 제목에서 인용했다.

* 세컨드 브레인(Second Brain) : 티아고 포르테의 <Building a Second Brain>에서 등장한 단어다. 

* 티아고포르테의 말 : https://www.buildingasecondbrain.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