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사람은 있을까?#7

믿는 도끼에 발등 짤린다

by 방구석오랑우탄

대타로 들어간 환자였다.
원래 담당 치료사가 너무 힘들게 한다고 했다.
아프다고, 버겁다고, 솔직히 말하면 그만두고 싶다는 뉘앙스까지 있었다.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누군가를 문제 삼기보다, 상황을 중재하는 쪽을 택했다.
“조금만 맞춰보자”, “말로 조절해보자”,
치료가 힘들 수는 있지만 서로 조율하면 된다고 설득했다.
나는 환자를 달랬고,
동시에 동료를 보호했다.
최소한 그때까진,
이 병원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그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 다음은 내 차례였다.
그 담당 치료사는
내 환자를 따로 불렀다.
공식적인 논의도 없었고,
실장에게 보고도 없었다.
“힘들면 바꿔도 된다”는 말로,
은근하게, 아주 교묘하게.
환자는 움직였다.
치료사는 바뀌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완전히 빠져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됐다.
실장은 그 과정을 몰랐다는 걸.
알고 나서도 상황은 조용히 넘어갔다는 걸.
문제는 해결됐고,
나는 문제의 일부처럼 남아 있었다.
웃긴 건
누구도 나를 탓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고,
누구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없는 사람처럼 정리됐다.
나는 환자에게서 멀어졌고,
치료사에게서도 멀어졌다.
어느 쪽에서도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분명 그 사이에서
가장 많이 참은 사람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 병원에서 신뢰란
누가 더 버텼느냐로 쌓이는 게 아니라는 걸.
말 안 하고 넘긴 사람은
성숙한 사람이 아니라
편리한 사람이 된다는 걸.
나는 환자를 위해 참았고,
동료를 위해 넘어갔고,
분위기를 위해 침묵했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환자는 나를 신뢰하지 않았고,
동료는 나를 의식하지 않았으며,
조직은 나를 보호하지 않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건
그날이 아니었다.
이미 그 전에
내가 스스로를 무장 해제한 순간부터였다.
나는 ‘좋은 치료사’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좋은 치료사는
늘 가장 먼저 소모되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안다.
중재는 힘의 균형 위에서만 의미가 있고,
배려는 기록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다시는
누군가의 상황을 대신 정리해주면서
내 이름을 뒤로 빼지 않을 거다.
그게 냉정해서가 아니라,
다시는 이렇게 발등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다.

작가의 이전글정말 좋은 사람이 있을까?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