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로컬푸드는 그냥 국산푸드 아닌감?
나는 전에 로컬푸드에 관련된 일을 잠깐 한 적이 있다. 평소에도 우리나라 농산물에 대해 관심이 제법 있다. 아마 그와 관련된 길을 갈 것만 같은 기분이다. 평소에도 우리나라 로컬푸드에 대해 막연히 했던 생각과 느낀 점을 적어보겠다.
우리나라의 로컬푸드는 그 취지의 공감대가 부족한 듯 보인다. 내가 로컬푸드의 판매직으로 나갔을 때 고객의 유형이 둘로 나뉘는 것을 느꼈다. 로컬푸드의 취지를 공감해 좋은 의미로 소비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로컬푸드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지역의 로컬푸드 매장을 애용하시는 손님들도 꽤 있었다. 그분들은 로컬푸드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보단 질이 좋기 때문에 주로 로컬푸드 매장을 애용하신다고 하셨다.
지금 현재 우리 나라의 로컬푸드는 지차제 중심의 인증제처럼 운영되고 있다. 내가 다닌 로컬푸드 직장도 우리 지자체의 로컬푸드 인증제로 건강하고 깨끗하게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지역 로컬푸드만의 장점으로 뽑았다. 하지만 이런 인증제 식의 로컬푸드에 대해서는 나는 회의적이다.
분명 로컬푸드가 질이 좋기 때문에 이를 소비하는 층들이 있지만 이를 주력으로 삼기에는 "로컬"이라는 단어가 걸린다. 이러면 로컬푸드의 로컬은 국산을 애용하라는 문구와 함께 국산이 질이 좋다라는 과거 우리 국산 구매 장려 운동의 일환 정도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질이라는 기준을 주도하는 것은 소비자도, 농가도 아닌 지자체이다.
내가 생각했던 로컬푸드가 가진 문제는 밖과 안으로 구분된다. 로컬의 안과 로컬의 밖으로 말이다. 로컬의 안이 가진 문제는 해당 지역의 농산물 소비량이 생산량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지역 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지역 안에서 전부 소비를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런 경우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은 지자체 기관의 식당에 로컬푸드를 납품하는 것이 있겠다. 지역 식당과 지역 농가를 이어주는 것 또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이런 경우 인증제는 좋은 소비 촉진 수단이다. 게다가 인증제를 식당까지 넓힐 수 있다. 가령 "로컬푸드로 운영되는 식당" 인증 말이다.
하지만 이런 질적인 인증제가 과열되는 경우 일반 관행농 등이 도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게 무슨 경쟁시대에 그런 걱정을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농사를 업을 삼는 사람의 나이대를 고려했으면 좋겠다. 청년 농부, 청년 농부하지만 그건 소수의 예고 농촌이 고령화 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쪽으로의 최면을 걸고 이상적인 상황을 그린다고 하더라도, 질적인 성장은 기술의 성장이 동반되어야 한다. 제 아무리 인증제라고 하더라도 농가 자체의 생산성을 늘리는 기술적 혁신 등이 없다면 그 인증제는 사실 농가들 간의 자본 경쟁만을 부추길 뿐이다.
이 경쟁은 "로컬"이라는 의미로 확장될 수 있다. 만약 "로컬푸드"가 단순히 질이 좋은 농산물을 의미한다면, 로컬푸드 인증제는 각 지역마다 질좋은 농산물을 경쟁하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의 끝은 어떤 지역의 토양이 좋아 농산물의 질이 좋다라는, 어떤 지역의 편중화가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나라 로컬푸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1. 지역 안으로만의 소비 촉진할 방법 찾기, 2. 로컬 밖으로는 지역 특색 농산물의 장점 어필하기 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방법들을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로컬 안에서의 소비자 측면에서는 로컬푸드 인증제의 질적인 기준을 낮추고 "로컬"이라는 이름을 부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지역 소비자가 생각하는 로컬푸드라는 이미지를 바꿔줄 것이다. 지역에서는 로컬푸드라는 문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로컬에서 생산된다는 그 자체에 이점을 집중하여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푸드마일리지라는 것을 설명하여 로컬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좋다는 것을 어필한다.
둘째 지역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느낌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가령 소비자와 농부가 서로 직접 접촉한다는 느낌을 주는 마켓이다. 소비자와 농부가 서로 직접 접촉한다는 느낌을 준다면, 소비자에게는 신뢰를 농부에겐 책임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과거 나는 영국의 시골마을에서 크리스마스 상점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 농산물 홍보와는 다르게 지역의 민간 단위에서 주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곧 지역 농부와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축제 속 농산물 홍보는 공공기관이 주최한 박람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박람회는 보통 판매자 자신이 가진 제품의 특장점을 어필하며 관람하는 이는 이 제품들의 우열을 따진다. 이것은 지역의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느낌이 아닌 단순히 질좋은 자신의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느낌을 준다. 뇌에서 한 번 켜진 이성의 라이트는 이를 농부와의 신뢰가 아닌, 오로지 보이는 질만을 평가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도록 할 것이다.
셋째 로컬 밖으로의 인증제 또한 손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농산물 인증제는 질좋은 농산물을 밖으로만 유출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신 일반적인 질좋은 농산물 인증제보다는 지역 특색 농산물 인증제 등은 어떨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내린 기준으로 특정 농산물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질좋은 농산물 전부를 지역 밖으로 유출하는 것이 아닌, 상품성 있는 농산물을 밖에 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못난이 농산물은 외적인 부분에서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사실 일반 농산물과 다를 바 없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크고, 외적으로 예쁜 농산물이 질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통념을 바꿀 생각은 없다. 대신에 못생기고 조그만한 농산물이 그보다 질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통념을 바꾸면 된다.
실무를 하는 사람은 아마 내 단상들을 허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가령 농산물이 질이 좋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따질 수도 있겠다. 나는 질좋은 농산물을 생산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농촌의 현실상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뭐, 자세한 사정들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관심이 없고 실천하지 않는 것보단, 서로의 고충을 나눠 많은 문제들을 이야기하다보면 이들을 해결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