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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바다 Mar 19. 2024

글쓰기 모임은 제법 활동적이다.

어떻게 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을까해서 가게된 단양 답사(?)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요즘 부쩍 쓰는 글이 줄었네요. 그런 위기감(?)을 토대로 이번에는 동네 당근에서 뵀던 글쓰기 모임 모임원들과 여행을 갔어요. 아니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글을 더 잘 쓰기 위한 답사죠. 목표 정진을 위한 생산적인 "답사"였다구요...


만약 제가 팀장이었고 제게 어떤 선택 권한이 있었다면 절대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저였다면 그 여행("답사")이 과연 모임과 적합한 방향으로 흐를까부터 이 여행이 과연 성공리에 마무리 될 수 있을까까지, 아마 가기 전까지 고민했을 거예요. 그러다 분명 흐지부지 되었을 거고요.


제게 선택 권한이 없었던 덕분(?)에 별 생각없이 잘 따라나섰죠. 다만 이렇게 (제 기준으로) 즉흥적인 여행이었어서 그런지 아쉬운 점이 있더라고요. 가령 제가 각각 모임원들의 생각이나 감정들을 잘 캐치해내지 못했다는 거? 저는 상황을 즐기게 되면 판단 같은 것들을 내리지 못하고 상황을 즐기면서 나중에 후회하는 편이거든요.


저는 젬병이라 상황을 즐기지 못하고 먼저 판단을 내리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술자리나 즉흥적인 무언가에 매우 취약하죠. 그러니 제가 팀장이었다면 그 상황을 즐겼기 보다는 여행이 옳은 방향으로 갈 것인가 판단하면서 매우 어정쩡한 여행이 되었을 것이에요. (혹은 흐지부지 무산되든가요..) 다행이 이번에는 다른 모임원들 덕분에 업혀가네요.


업혀가는 여행은 항상 재미있다.

사실 단양을 가는 이유는 "새한서점"을 가기 위함이에요. 글쓰기엔 뭐가 필요할까요? 연필, 공책, 필통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내용을 좀 더 고양시키기 위해선 책들을 많이 보는 것도 필요하죠. 책이 많은 곳은 도서관, 서점 등이 있겠지만 저희는 좀 더 분위기 한적한 곳으로 가길 원했나봐요. 자연의 경치와 책이 어우러진 "새한서점"이 딱 제격이었죠.


아니 근데, 이제보니 자연과 책인데.. 책을 찍은 사진은 많은 것 같은데, 자연을 찍을 사진이 없네요... 항상 어디를 다녀올 때마다 아쉬운 건 "사진"이에요. 항상 더 많이 찍어둘 걸 생각하면서도 막상 여행을 가면 그런 걸 잊어버리거든요.


새한서점을 가니 한적한 것이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활발하고 이리저리 방방 뛰어다니는 비글 같은 친구라면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해요. 왜냐하면 새한서점은 고~요하거든요. 진득함의 미를 아시는 분이라면 제법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오랫동안 진득하니 보아야 새한서점의 진면목이 나타나죠.

어떻게 여기에 이런 찰떡 같은 시를 옮겨 적었을까요.

하지만 모든 책들을 망라한 곳이다보니 제법 강렬하고 진한 것들도 보여요. 저도 그걸 못 이기고 한 컷 찍어왔어요.

제 세대에서는 상상해보지도 못한 것을 보게 됐습니다.

이 책을 보니 우리나라의 성관념에 대한 역사(?)가 보이더라고요. 어떤 내용인지는 차마 읽지는 못했지만, 현대 존재하는 성인물과 비교할 때 제법 건전해 보이네요... 하지만 고요함 속 강렬함은 한층 더 배가 되어선지 새한서점을 떠난 뒤에도 줄곧 생각이 났답니다.


안타깝게 새한서점 내부를 찍은 사진은 많지 않아요. 여기서 사진 찍는 걸 조심해달라는 문구를 봐서 말이에요... 그나마 한 컷 한 사진을 올려볼게요.

목표는 새한서점이었지만 새한서점에 머무른 시간은 길지 않아요. 대신에, 이왕 온 김에 단양 여행도 하게 됐어요.

단양은 작은 도시인 줄로만 알았는데 시장이 엄청 붐볐어요. 제가 사는 지역은 단양보다는 큰 시 단위인데도 단양 시장에 비해 훨씬 작네요. 단양이 활성화가 잘 돼 있는 건지, 아니면 제가 사는 지역이 너무 낙후돼 있는 건지... 그 덕분에 단양 시내만 주구장창 찍었네요.


전부 맛나보였는데 참았습니다.

여기서도 다른 모임원들과 여행하는 방식의 차이가 났어요. P님은 자유로운 영혼이신 것 같아요. 저는 시장을 가로질러 갔다면 P님은 지그재그로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잘 사시더라고요. 뭐, 금강산도 식후경이죠. 저도 그렇게 자유로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M님은 평소에도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해요. 특히 자가용을 타고 이곳저곳을 잘 누비신다는데, 두 분 다 자유로운 영혼이신 느낌이...


이렇게 글쓰기를 위한 모임이 성공리(?)에 마무리 되었네요. 제가 만약 혼자갔으면 시장 구경도 제대로 못 했을 거예요. 요즘 느끼는 건, 행동의 경직은 대부분 생각의 경직 때문인 것 같아요. 분명 머리로 시나리오를 짜고 부드럽게 진행하자고 생각하더라도 원래 경직된 생각을 갖고 있는 저는 매번 행동이 경직되거나 실수를 하게 되더라고요.


분명 어떤 때는 그저 행동을 해야 하는 때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때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아직 저는 관찰자예요. 지금은 행동하는 것보단 옆에서 지켜보는 게 더 편한 것 같아요.



p.s: 제가 혼자 가거나 팀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시나리오를 짜봤어요.


1. 새한서점이 목표니까 새한서점에는 3시간 정도는 머물러야 한다.

2. 새한서점이 목표니까 단양 구경은 1시간 정도로 한다.

3. 글쓰는 것이 목표니까 카페에 가서 새한서점을 간 후 글감들을 공유한다.

4. 글감들을 공유한 후 얼른 집으로 출발한다.

5. 밥은 시간이 여유가 있느냐에 따라 먹지 않아도 된다.

6. 헤어진 후 글을 쓰게끔 격려한다.


아마 이랬으면 어땠을까요...

ps: (모임원분이 풍경을 찍은 사진은 없냐고 하셔서 찾아보니 풍경을 찍은 사진이 단 1개도 없네요... 당시에 제게는 무엇이 중헜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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