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에 대한 생각, 만족스럽지 못한 촬영.
사실 로컬푸드에 문을 두드린 것은 영상을 찍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농사에 관심이 많아서였다. 농사를 할 생각도 있지만, 아직은 밑천이 없으니 꿈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일은 내게는 행운이다.
이번에는 첫 촬영으로 미나리 농가를 들렀다. "모"미나리 농장. 그곳엔 농사를 시작하신지 얼마되지 않은 농부님이 계셨다. 실질적으로 농사를 시작한지는 2년도 채 안 됐다고 한다. 그 농부님은 오로지 미나리를 위해 귀농을 했다고 한다.
고향에 귀향을 했다지만, 미나리는 여기 고향에서 하기에는 너무 춥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낮과 밤, 계절별로 기온 차가 심해 단 맛이 더 강해졌다고 한다. 추운 고향에 미나리 농사를 지은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아직은 거래처가 많이 없다고 하지만, 판로를 위해서 많은 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모대학에서 마케팅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시는데, 이렇게 한다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다. 요즘은 농사도 전략적, 사업적으로 접근한다.
내가 농사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농사의 상업적인 면 때문은 아니다. 막연히 농사의 그 선한 영향력 때문이었다. 평소에도 환경, 지속 가능함 등에 관심이 있었던 터였다. 추가로 지역 1차 생산자인 농부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내 스스로도 뿌듯할 것 같았다.
거의 첫 번째 촬영이지만 그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많은 소비자들은 질이 좋은 농산물을 값싸게 구매하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농부들이 변해야 하며, 같이 그 분야의 기술, 관행 등이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농사는 그럴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농사는 아직까지도 관행농이 많다. 아마 이번 대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관행농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행농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농사가 그만큼 변화에 미온적인 분야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하지만 이걸 얘기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관행농의 관습들을 바꾸고 싶은 생각도 없다. 관행농은 잘못이 없다. 그 속에서도 다들 열심히 일한다. 지금 농업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관행농이라는 이유보단 농부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을 밖으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번 촬영에서는 실수가 잦았다. 거의 내 목소리 때문에 영상이 망가진 것 같다. 질문을 간결히 해야하는 걸 준비가 미흡해서 그런지 자꾸만 늘어지게 됐다. 게다가 촬영 분위기도 어색어색해 서로 딱딱하게 굳었다.
아마 다음 회부터는 어떻게 하면 더 유쾌하게 촬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할 것 같다. (아마 그걸 깨닫는다면 글쓰는 데에도 유쾌하게 적용할 수 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