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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바다 May 29. 2024

6. 농부에 대한 이야기는 맞는데요,

어떤 작물을 기르는지도 비밀이라고 하길래...

이번에는 갑자기 외부 인터뷰 잡혔다. 급작스럽게 주소만 받고 그 주소로 향했다. (생각해보니, 연락처도 몰랐다.) 다행이 이 분은 이곳에서 알만큼 아는, 사전조사를 하는 데에 큰 부담이 없는 분이었다. 보통은 사전에 조율을 해야하지만, 사정상 그게 안 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나는 인터넷이나 인터뷰 잡지, 혹은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라도 사전 정보를 많이 알아가려는 편이다. 


지금은 형식적으로 꼭 필요한 질문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형식적인 질문만 한다면 나중에 만들어진 영상이 너무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개인적인 질문을 많이 하려는 편인데, 사실 그것 전부를 내보내기란 힘들다. 어른들의 사정이다.


이번에 가는 농가의 농부분은 유튜브를 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오히려 협조가 쉬울 것이라 예상했다. 모두들 처음에 인터뷰 영상을 찍으러 가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니 요즘은 일단 부딪혀서 얼굴을 맞대 구체적인 사정을 허락 맡는 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사실 매우 적합한 방법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여건은 서로가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에는 협조도 쉬울 뿐만 아니라, 그 분이 나보다 아는 부분이 많다는 내심 기대하고 갔다. 소소한 팁도 배우면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가 뵙자마자 유튜브를 배우러 왔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는 "유튜브는 찍지 않겠다."고 하시지 않는가.


아, 말을 잘못했다. 나는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시니 그게 대해선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판이다. 만약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는 것이라면, 찍기가 매우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약간은 다른 주제로 돌려 이야기하며 그 내막을 들어보았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첫 번째로 유튜브를 하면서 별의별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게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은 호의로 영상을 만들었지만 누군가는 호의를 넘어서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농부들을 교육을 하는 것인데, 지금 영상에서 그 이상을 알려주면 후에 무료로 알려달라며 이 영상을 예로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 영상엔 무료로 알려줬는데 왜 돈을 받고 알려주냐고 할까봐 걱정이 된다는 말씀이다. 번째는 자신이 하는 농업은 일반 농업 관행과는 다른데, 그런 영상을 보고서 좋지 못한 소리를 들을까봐 걱정이 된다고 한다. 


위에 말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요즘은 자신 또한 유튜브에 제한적으로, 되도록 최소한으로만 영상을 찍는다고 한다. 이와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자신은 유튜브에 대해 약간은 환멸(?) 같은 걸 느끼신다고. 농부님 자신도 영상을 찍을 때마다 자극적으로(혹은 과장하여) 만들면 조회수가 더 높아질 것을 알지만, 그렇게 자극적으로 만드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니 요즘은 유튜브를 적게 올리신다고. 


맞다. 나도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정직한 컨텐츠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직하다"는 의미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정직하다"는 말의 의미는 목적에 맞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이 목적을 모른 채로 영상을 클릭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영상의 내용이 영상 제목과 채널의 목적에 어울리냐는 것이다. 


아직 그 내용이 진실이냐는 범주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나는 지식에 관한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니까. 게다가 진실을 말하는 이는 내 영상에서는 농부이다. 나는 막연히 내가 찍는 농부가 진실만을 말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찍는다. 나는 내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서 즉, 공개를 하는 입장이 아니라서 크게 생각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공개한다는 건 꽤 까다로운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 보고 있지 않을 때 나는 집에서 옷을 벗고, 노래를 부르며, 혼잣말을 중얼 거리면서 생활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보고 있다면 절대로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간단히 "로컬푸드"에 대한 내용만을 담았다. "로컬푸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말이다. 농부들은 하나 같이 "로컬푸드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판매창구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 상대적인 위험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농부님은 이 말을 현실적으로 하셨다. 


나는 "로컬푸드"에 대해 농부들은 오로지 이 곳에 전적으로 출하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자신의 신념이나 꼭 그뿐만이 아니더라도 농사의 규모, 관행 등을 고려해서 "하나"의 판매창구를 고심하는 것 같이 생각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 당연히 농부들은 현실적이다. 위에 말한 신념, 규모, 관행 등등을 따지는 것보단 어찌 되었건 많은 판매창구를 확보하는 게 좋다. 그러니까, 오로지 "로컬푸드"에만 내는 것보단, 개인적으로도 팔고, 공판장에다가도 내고, 장사꾼에게도 넘기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로컬"이 살아야지 지역 농부가 산다고 생각을 해왔다. 그 "로컬푸드"라는 방향이 누구에게도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직거래, 유통절차 축소가 오로지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전에 "누가 마지막 나무를 쓰러뜨렸나"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환경규제에 대한 책으로, 저자는 오로지 환경규제에만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차라리 인간의 이기심을 믿고 시장논리에 따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국산을 애용하자는 생각, 그리고 그런 주장은 크게 의미가 없다. 나 하나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 


게다가 인센티브가 없으니까 발전도 없으며 구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저 그곳에서만 머무른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여 나온 구호들이라고 하더라도 적절한 인센티브, 동력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동력은 "돈"이다.


물론 저자는 이런 생각과 주장이 일종의 운동이 되리라는 것까지 넘어가진 않는다. 그 부분에 대해서 아마 저자는 광기라고 볼 것 같다. 하기야 적절한 보상이 없는데도 무언가를 계속하는 건 누구의 입장에선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로컬"이라는 취지는 너무나 공감한다. 하지만 취지가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내 입장에서 보면 생각없이 하는 밭떼기, 공판장 출하 등이 나쁜 것으로 보이며 그게 기존의 나쁜 관행농에 일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내가 생산한 농산물이 "로컬푸드"에서 전부 소비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썩기 전에 처리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나쁘다고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전에는 편협했구나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5. 감자는 이곳저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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