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 교육에서 농촌 관련 컨텐츠로
최근 로컬 크리에이터 관련 교육을 듣고 있다. 나도 한번 1인 창작자가 되어 볼까나 하는 생각이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주제는 다름 아닌 농사다. 직접 농사도 지을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생계 유지이다. 농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농사꾼이 될 자신은 없다. 이렇게 농업계에 들어설 것이지만 나는 이 농업계를 다른 이에게 환기를 시켜주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할 것만 같다.
그 계획에 일환으로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 교육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는데, 첫 강연의 강사 분이 하필 내가 지금 계획한 것과 일치한 길을 걷고 있었다. 강사의 이름은 기억이 사그라들었지만 안떡국이란 그 예명만은 기억에 남는다. 강사님은 현재 최소한의 농사를 지으며, 농촌 관련 컨텐츠들을 기획하고 있다. 이번 강의의 주제는 '지역문화를 활용한 콘텐츠 기획'이니 농촌 컨텐츠가 아닌 전반전인 것을 말하겠지만, 그래 기초부터 시작해보자고.
강사님은 그동안 자신이 밟았던 족적을 잘 콘텐츠화하여 지금은 이를 기반으로 강의를 나선다고 한다. 틱톡, 인스타, 유튜브, 지역 라디오 등 종횡무진이다. 그런 행보에 인상이 깊어 강의 이후에도 메일로 연락을 하게 됐다. 메일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나는 지금 내 자신에 대한 콘텐츠를 발행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것이 두렵다. 내 얼굴이 나오지 않는 나 자신의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였다. 편지를 보냈으면 답장이 기다려지는 법. 1시간이 돼도, 반 나절이 돼도, 하루가 돼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래 나는 씹힌 것이다.
이렇게 좌절하던 찰나 하루하고도 한 나절 정도 이후 답변이 왔다.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자신조차 아직 겁이 난다고. 하지만 자신이 농촌 관련 콘텐츠를 기획하며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공부하고 노력한 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 같다고 했다. 만약 자신을 드러내는 컨텐츠가 힘들다면 자신이 만든 컨텐츠에 등장인물이 될 마음 맞는 이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데... 나는 그런 다른 마음 맞는 이를 찾는 것도 힘이 든다.
메일 말미엔 이런 말이 덧붙어져 있었다. "괜찮으시다면 커피챗하러 청주로 오세요~" 또 내게 고민을 심어주다니... 갈까 말까 고민했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두려운 법. 갈팡질팡 딱 10번만 하고 가겠다고 카톡을 남겼다.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첫 만남에서 미묘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어쨌든 이제 두 번째 만남이다. 두 번째 만남의 목적은 "온충북 온라인 쇼핑몰 영상 공모전"이었다. 혼자 하기 힘들다면, 자신이 등장인물로 나와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오, 마음씨 고운 사람.
연락이 닿아 기회를 잡은 게 지금, 도시 옆 고구마밭에 있게 된 계기다. 고구마밭은 떡국님 지인의 밭으로, 판매용 사진을 찍는 겸 겸사겸사 공모전 영상도 같이 찍기로 했다. 숏폼도 된다고 하길래 영상 자료가 많이 필요없을 것 같은 숏폼을 기획하기로 했다. 숏폼을 기획하면서 개인 사심도 채웠다. 이왕 간 김에 브런치에 쓸 재료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곳저곳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가서 눈에 띈 것은 일하고 계신 노동자 분들이 전부 태국인이었다는 사실이다. 말을 건네기 위해 옆에 살금살금 다가갔는데 난해한 언어를 쓰고 계서서 듣기만 하고 다시 뒤돌아 왔다. 하지만 대화를 못한다고 해서 마음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 법. 카메라를 들고 옆에서 자꾸 기웃거리기로 했다. 대놓고 카메라로 찍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포토, 포토"하면서 슬며시 카메라를 들었다.
당연히 카메라 앞은 서툰 법이다. 누가 타국에서 카메라 세례를 맞을 생각을 했겠는가. 더운 데에도 불구하고 파리 같이 덤벼드는 카메라맨에게 화도 안 내고 수줍은 미소를 날려주셨다. 그날은 이번 년도 여러 날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더웠다. 이렇게 먼 타국에 와서 더운 땡볕에서 신성한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 분들을 보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들은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다.
전에는 사진이나 영상을 찍었어도 다른 매체에 담을 수가 없었다. 계약상 문제도 그러하지만, 나조차도 찍히고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참 신기한 동물인 것 같다. 뭔가 적극적이고 그 상황에 닥쳐 있으면 재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직 그런 맛을 길게 느껴보진 못했지만 길게 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다.
떡국님 덕분에 한 수 알아간다. 내가 사적으로 본 떡국님은 정말정말 나보다 더 말이 없는 사람이다. 이번 일을 하면서 내가 말을 주도한 것만 같다. 하지만 컨텐츠를 만들 때는 그렇지 않다. 인격이 두 개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프로패셔널 한 것 같기도 하다.
ps. 영상 숏폼은 망했다. 오늘이 출품하는 날이지만, 첫 숏폼 공모전 촬영이라 그런지 스스로 보았을 때 너무 B급 감성이었다. 뭐 하다보면 늘겠지 싶다. 맞다. 여기 고구마 맛있다. 색깔도 빨개서 물어보니 베타 뭔 카로틴이 많아서 그런 거라고... 신품종이라나 뭐라나. 여하튼 맛있게 잘 먹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