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블로그에 적은 글을 옮깁니다.>
러닝을 시작한지 햇수로 2년차다. 실제 기간으로는 1년 정도 되어가는 것 같다.
처음 러닝을 시작했던 건 중간고사 공부 중 답답한 마음에 한강변으로 나와 무작정 뛰었던 때였다. 고작 1km를 뛰고도 죽을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의 답답함은 가시더라.
그 후로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달렸고, 작년 9월에는 뉴발란스 10km 대회에 참가해 46분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때부터 10km는 내 일상이 되었다. 살도 덜 찌는 것 같아 좋았다. 학교 없는 날이면 아이들을 재우고 밤 10시가 넘어 달리곤 했다. 늦은 시간이라 조금 무섭기도 하고, 뛰고 나면 잠도 잘 안 오는 단점이 있었지만, 10km란 거리가 더 이상 부담되진 않았다.
긴 겨울방학을 맞이하면서 '뭔가 의미 있는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에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했다. 2월 말 개학 전 고구려 마라톤대회를 목표로 삼았다.
10km에서 거리를 늘려가는 과정은 꽤나 고통스러웠다. 신체적인 부담도 컸지만, 운동 시간이 늘어나는 게 더 큰 부담이었다. 방학 중이라도 와이프 눈치를 보며 아이들 재운 후 심야에 나와야 했고, 다음 날 회사에선 피곤함과 싸워야 했다.
그래도 지난주 토요일엔 18km를 1시간 36분 56초 동안 달렸고, 이번 주 토요일엔 20km에 도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 전에 10km까지 늘려갈 때는 성취감과 재미가 있었다면, 이번엔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앞선다. 나이 탓일까?
문득 생각한다. 왜 나는 나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 걸까? 방학이면 그냥 쉬면 될 텐데 (물론 회사는 계속 다니지만), 왜 굳이 목표를 세워 스스로를 괴롭히는 걸까?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보고 부지런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내 마음 속에는 '뭔가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불안감이 나를 성실하게 만들고 여러 성취를 이루게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때로는 좀 편히 살고 싶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주변 야경도 보며, 강바람을 느끼면서 여유롭게 달리고 싶다. 10km면 충분하다고, 더 이상의 하프는 없다고 다짐해본다.
...그러고는 또다시 밀려올 부담감에 나를 채찍질하고 있을 내 모습이 그려진다.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내 숙명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