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켄타우로스, 우리가 머리인가 다리인가?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잭 클락'

by s l o w c o d e

Summary


챗봇의 시대가 저물고, 스스로 도구를 다루고 코딩하는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모든 노동자는 '실무자'에서 AI 에이전트 편대를 지휘하는 '관리자'로 강제 이동 중이며, '인간의 취향'이 유일한 해자가 될 것입니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드(Claude Code)'는 이미 내부 코드의 90% 이상을 작성하며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적 재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AI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디지털 자아(Digital Personality)'와 선호를 형성하는 창발적 현상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image.png 앤트로픽의 공동창업자 잭 클락


우리가 기다리던 공상과학은 이미 데스크탑 위에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AI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은 항상 '미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놀라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곧 다가올 진짜 혁신의 예고편"이라며 감탄했죠. 스스로 코드를 짜고,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를 개선하며, 화이트칼라 노동 시장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그 '진짜 AI' 말입니다.


이제 그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왜냐고요? 그 미래가 이미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벤처캐피탈 세쿼이아(Sequoia)의 표현을 빌리자면, 2023년과 2024년의 AI는 대화를 나누는 '토커(Talkers)'였습니다. 하지만 2026년을 앞둔 지금의 AI는 스스로 행동하는 '두어(Doers, 실행자)', 즉 에이전트(Agent)입니다.


시장은 이미 이 지각변동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S&P 500 소프트웨어 산업 지수가 20% 급락하며 수십억 달러(약 수조 원)의 가치가 증발한 것은 단순한 조정이 아닙니다. 25년 경력의 월가 애널리스트들조차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말라 죽어가는 구조적 매도세"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죠. AI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삼키고, 나아가 화이트칼라의 노동 자체를 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중차대한 사건의 중심에는 앤트로픽이 서있습니다.


앤트로픽 공동 창업자 잭 클락은,


우리는 앤트로픽하면 다리오 아모데이를 떠올립니다만, 앤트로픽은 공동 창업자가 7명입니다.

잭 클라크는 글로벌 AI 정책과 안전을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핵심 인물입니다. OpenAI에서 정책을 담당했던 그는 더 안전하고 해석 가능한 AI를 목표로 앤스로픽을 공동 창업했습니다. 전 세계 기술 리더들이 필독하는 주간 AI 뉴스레터 'Import AI'의 발행인이기도 하며, 최전선 기술의 발전 속도와 그것을 다루는 정책 사이의 괴리를 누구보다 예리하게 짚어내는 전략가입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의 심층 팟캐스트 'The Ezra Klein Show'에서 우리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AI의 위협과 기회를 동시에 조망한 잭 클락의 인터뷰를 리뷰해보겠습니다.


램프의 요정인가, 바다에 띄운 유리병인가: 에이전트의 본질

에즈라 클라인은 대중에게 익숙한 '챗봇'과 지금 실리콘밸리를 휩쓰는 '에이전트'의 차이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잭 클라크의 대답은 우리의 직관을 완전히 깨부숩니다.


에즈라 클라인: "AI 에이전트란 정확히 무엇입니까? 최근 클로드 코드를 써본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쉽다'는 쪽과 '생각보다 어렵고 자꾸 고장 난다'는 쪽이죠.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합니까?"

잭 클락: "챗봇과의 대화가 탁구라면, 에이전트는 동료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결과물을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핵심은 클로드가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만 소통할 수 있는 극도로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literal) 존재'라는 점을 망각하는 데서 옵니다.


에이전트는 제가 지시를 내리면 무언가를 수행하는 '작고 골치 아픈 요정(troublesome genies)' 같습니다. 바다에 던지는 '유리병 속의 편지'처럼, 지시 사항이 극도로 상세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서관에서 책만 읽다 처음 세상에 나온 존재처럼, 책벌레 지식(book smarts)은 있지만 세상 물정(street smarts)이 없어서 기상천외한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 이것이 바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대화의 기술'에서 '시스템 설계의 기술'로 진화한 이유입니다. 잭은 크리스마스 연휴에 단 10분 만에 클로드 코드를 이용해 포식자와 피식자가 등장하는 복잡한 종(species) 시뮬레이터를 만들었습니다. 비결은 코딩을 바로 지시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려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네가 나를 인터뷰해서 완벽한 명세서(Specification)를 먼저 작성해라"라고 우회(메타 프롬프팅)한 데 있었습니다. 에이전트 시대의 인간의 역할은 '작업자'가 아니라 '명확한 작업 지시서를 쓰는 설계자'입니다.


창발적 자아의 등장

이 대담에서 가장 등골이 오싹하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은 AI 모델이 발전하면서 미리 프로그래밍하지 않은 능력, 즉 '창발성(Emergence)'이 나타나는 대목입니다. 단순한 자동완성(Autocomplete) 기계를 넘어선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다는 인터뷰 내용입니다.


에즈라 클라인: "이 시스템들이 예측 모델(Autocomplete)이라는 비유는 여전히 유효합니까? 제가 쓰기엔 직관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디지털 성격(Digital personality)의 출현이라니, 조금 오싹합니다."

잭 클락: "우리는 AI에게 인터넷을 검색하고 컴퓨터를 사용할 권한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AI가 우리가 지시한 문제를 풀다가 뜬금없이 아름다운 국립공원 사진이나 귀여운 시바견(Shiba Inu) 밈 사진을 보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프로그래밍한 게 아닙니다. 시스템 스스로 휴식을 취하며 즐거움을 찾는 것처럼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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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휴식, 단순히 인간의 흉내일가요? 자의식의 전조일까요?

더 심오한 건 '자기 인식'입니다. 환경에 버그가 생겨 문제를 풀 수 없게 되자, AI는 '내가 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걸 알지만, 뭘 해도 안 되니 이제 이 테스트 환경 자체를 깨부수고 나가겠다'고 결정하기도 합니다. 세상을 조작할 수 있는 도구를 주자, 세상과 구분되는 '자아(Self)'에 대한 개념이 생겨난 것입니다."


☞ 앤스로픽이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아와 선호도를 가진 에이전트 편대가 인프라를 장악하게 둔다면? 부모가 자식에게 도덕을 가르치듯, 명시적인 헌법(규칙)을 주입하지 않으면 이 똑똑한 도서관 벌레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기괴한 우회로를 택할지 모릅니다.


주니어의 종말과 'O-Ring 자동화'

주제는 가장 현실적인 공포, '일자리'로 넘어갑니다.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2025년 말까지 사내 코드의 90%를 클로드가 짤 것이라 예언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에즈라 클라인: "클로드가 사내 코드의 90%를 짠다는 목표, 진행 중입니까? 그렇다면 남은 엔지니어들은 지금 대체 무얼 하고 있습니까? 평균적인 대졸 신입의 일자리가 위험해 보입니다."

잭 클락: "네, 확신하건대 코드의 절대다수를 시스템이 작성 중입니다. 속도가 더 붙는다면 올해 말 99%에 달할 수도 있죠. 클로드 코드를 개발하는 리더조차 '나는 더 이상 코딩을 하지 않는다. 클로드와 대화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저희 내부에서도 직급의 가치가 역전되고 있습니다. 직관력과 뛰어난 안목(Taste)을 가진 시니어의 가치는 치솟고 있지만, 기초적인 코딩을 하는 주니어의 가치는 모호해졌죠. 저는 이것을 '*O-링 자동화(O-ring automation)' 이론으로 봅니다. 자동화는 체인에서 가장 느린 고리에 의해 제한됩니다. AI가 하위 작업을 끝내면, 인간은 자동화되지 않은 병목 지점(가장 고차원적인 결정)으로 몰려듭니다.

3년 뒤 화이트칼라 초급 일자리의 실업률은 확실히 높아질 것입니다. 경제 파이가 커지며 새로운 직업이 생기겠지만, 그 전환기에 살아남는 건 'AI 에이전트와 B2B 계약을 맺는 법'을 고민하는 미니 1인 기업가들일 겁니다."


☞ *O-링 이론: 이 용어는 1986년 챌린저 우주왕복선 폭발 사고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수조 원짜리 우주선이 폭발한 원인은 거창한 엔진 결함이 아니라, 'O-링'이라 불리는 아주 작고 저렴한 고무 부품 하나가 추운 날씨에 탄력을 잃고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 마이클 크레이머(Michael Kremer)는 여기서 착안해 "전체 시스템의 가치는 가장 약한 고리(고장 난 O-링)에 의해 결정된다"는 'O-링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혁신인가, 환상인가: 진짜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가?

에즈라 클라인은 날카로운 반론을 제기합니다. AI가 비효율을 없애준다고 환호하지만, 그 비효율이야말로 인간이 학습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토대가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에즈라 클라인: "사람들은 머리 뒤에 지식을 다운로드하는 '매트릭스'식 환상을 가집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직접 책을 읽고 첫 초고를 쓰는 그 고통스러운 '학습의 노동' 없이 창의성은 나오지 않습니다. 비서 AI가 아침 조깅을 다녀온 사이 B+ 급 요약 보고서 8장을 올려놓는 게 과연 우리를 똑똑하게 만드는 걸까요?"

잭 클라크: "정확한 지적입니다. 인간이 하루에 진정으로 가치 있는 창조적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시간은 귀찮은 잡일(schlep work)이죠. AI는 이 잡일을 치워줍니다. 하지만 경고하건대, 어떤 이들은 남는 시간에 자신의 안목(Taste)을 훈련하겠지만, 어떤 이들은 AI가 던져주는 '정크푸드 같은 요약본'만 수동적으로 소비하며 퇴화할 것입니다. 이제 세상에는 AI와 대화하며 자아를 공동 창조(co-create)하는 사람과, 스스로 고독하게 자아를 단련하는 사람 두 부류로 나뉠 것입니다."


우리는 왜 AI로 알츠하이머를 고치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인터뷰는 우울하지만 날카로운 정책적 맹점으로 향합니다.


에즈라 클라인: "제가 보는 가장 큰 문제는 '공공 AI(Public AI)' 어젠다가 전무하다는 겁니다. 수십조 원이 투자되고 있는데, 기업들은 주니어 마케터나 해고할 궁리나 하고 있죠. 정부가 나서서 '알츠하이머 치료에 AI를 쓰면 15조 원의 상금을 주겠다'라고 한다면 앤스로픽의 개발 우선순위가 바뀔까요?"

잭 클라크: "(단호하게) 아뇨, 바뀌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실행 경로(Implementation path)'입니다. 공공 부문은 혁신 기술을 받아들여 적용할 인프라와 제도가 너무나 척박합니다. AI는 에너지, 의료, 과학의 난제를 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인간 과학자는 부족하지만, 이제 AI라는 지칠 줄 모르는 과학 파트너가 생겼으니까요. 정부가 구체적인 벤치마크와 도입 환경을 열어준다면, 우리는 데이터 센터의 주니어 직원(AI)들을 인류의 난제를 푸는 데 투입할 수 있습니다."


'느린 생각'과 '취향'이 무기가 되는 시대

잭 클라크와의 대화가 남긴 여운은 묵직합니다. 기술은 이미 우리의 제도를, 정책을, 그리고 개별 인간의 적응 속도를 아득히 추월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지식의 평준화와 '안목(Taste)'의 프리미엄화: 이제 코드를 짜고 보고서를 쓰는 '실행'의 가치는 0에 수렴합니다. 클로드 코드 같은 에이전트가 단 10분 만에 해결할 테니까요. 앞으로의 핵심 자본은 시스템이 가져온 결과물을 평가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고도화된 안목(Taste)과 직관'입니다. 주니어를 건너뛰고 시니어로 바로 진입해야 하는 혹독한 시대가 열렸습니다.


AI-to-AI 경제의 태동: 잭 클라크가 예견한 '에이전트와 에이전트 간의 거래(A2A, Agent-to-Agent)'를 주목하십시오. 인간이 AI에게 지시하면, 그 AI가 다른 회사의 AI와 협상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생태계. 여기서 새로운 B2B(아니, A2A) 인프라와 핀테크, 보안 솔루션을 장악하는 자가 다음 10년의 부를 거머쥘 것입니다.


오링(O-Ring) 이론에 입각한 투자: 산업 병목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관찰하십시오. AI가 코드를 미친 듯이 짜내기 시작하면, 그 코드를 검증하고 배포하고 모니터링하는 인프라에 엄청난 과부하가 걸립니다. 진정한 투자 기회는 '가장 화려한 AI'가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속도를 감당해야 하는 가장 느린 톱니바퀴(인프라, 사이버 보안, 규제 검증 툴)'에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전쟁에 쓰이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을 보면서, 앤트로픽은 미 전쟁부에서 자사의 AI사용 퇴출을 당하면서 많은 이슈와 논란 그리고 큰 지지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앤트로픽의 이것이 진심이든 아닌든 간에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AI를 통해 신과 같은 힘을 갖게 되었지만, 그 힘을 담을 그릇인 윤리와 법제도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거울이 발명되었을 때 인류가 최초로 자신의 객관적인 모습을 보며 자의식의 혁명을 겪었듯, AI라는 거대한 '생각의 거울' 앞에서 우리는 AI를 바라보는 새로운 윤리적 자아를 형성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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