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 눈을 가진 죄

단편 영화

by 고유빈

로미오: 눈을 가진 죄

한국/단편

감독 주연

이옥섭 구교환


줄거리

“소정아 연락이 안 된다” 우리 모두 무얼 보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사랑도.


※ 본 감상평은 작품의 해석을 포함하고 있어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관람 전 독자분들께서는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작품의 주인공 ‘로미오’는 연락이 두절된 소정을 보고픈 마음에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영화가 끝을 향해 갈수록 그 마음은 욕구를 넘어 집착으로 변질된다. 처음 그는 자신의 욕구를 끝까지 절제하려 했다. 소정이 싫어할까 봐 불쑥 찾아가지도 못한 채, 자신의 일에 집중하며 그녀와 조심스러운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소정의 부재가 길어지자 그녀를 향한 욕구가 깊어진다. 결국 집착이 된 그의 욕구는 스스로 유지해 오던 거리마저 깨뜨리기 시작한다.

집착의 첫 시작으로 ‘네 자전거만 안 보여’라는 말과 함께, 수많은 자전거들 사이에 숨어버린 로미오가 연출된다. 직역하자면 그는 소정의 행방을 찾기 위해 모든 자전거를 뒤져본 셈이다. 이처럼 로미오의 엽기적인 행각은 지속된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며 추궁하기도 하고, 자판기와 싸워 이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끝내 소정을 만나지 못한 로미오는 집착에 잠식되어, 마침내 자신의 눈을 뽑기에 이른다.

소소한 바람으로 시작된 집착은 신랄하고 기괴한 공포로 그려진다. 놀랍게도 그 공포를 마주한 주체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마련이지만, 소정은 언제나 덤덤했다. 이러한 연출은 되려 로미오를 하찮은 존재로 보이게 함으로써, 영화가 구축한 자칫 불쾌할 수 있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그 밖에도 정서의 균형을 맞춰주는 구교환 배우의 연기와 대사에서 감독의 센스를 엿볼 수 있다.

영화는 결국 자신의 집착으로 인해 바람마저 파괴된 채 마무리된다. 영화의 소개에서 “우리 모두 무얼 보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영화는 시작된다.”라는 문장 뒤에, ‘사랑도’가 나지막이 붙어 있다. 이는 집착으로 변질되고 파괴되는 것이 비단 사랑만은 아님을 암시하는 듯하다. 사랑은 그저 욕구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관계에 대한 욕구는 인정에 집착하며, 의존으로 인해 파괴될 수 있다. 자존에 대한 욕구는 우월에 집착하며, 비교로 인해 파괴될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기준에 집착하며, 자기혐오로 인해 파괴될 수 있다. 성공에 대한 욕구는 결과에 집착하며, 조급함으로 인해 파괴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내면의 욕망에 집착해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신선한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며, 추하면서도 피식 웃기도 한다. 2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서 유쾌함과 공포라는 양극을 오가며 완급을 조율하는 감각은, 이옥섭 감독만이 구축할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연출이다. 그 결과 영화는 우리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작품을 통해 단 몇 분만으로도 영화를 몰입하고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정아 지금 7월이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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