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중요한가?
최근 친한 오빠(11년 지기 배우, 특: 정상인이라고 서로 호소함)가 나한테 디엠 하다가 그런 말을 했다.
"한솔아, 근데 네가 추는 춤 장르가 뭐야? 아니, 다른 사람들은 춤추는 걸 보면 춤선만 보이는데 너는 뭐가 둥둥 떠다녀. 춤이 꼭 시 같아."
그 말은 내게 섬광 같은 힌트가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만드는 몸짓은 그냥 'Solar Poem'이라고 해도 되겠다고.
19살 입시 시절부터 연기 학원을 시작해서, 정석과 기술이라 불릴 만한 것들은 충분히 익혀왔지. 연기, 노래, 춤 전부 너무 다양한 강사, 교수님들을 만났고 그들의 장르와 직업, 학파도 너무나 다양했다.
하지만, 연기도, 노래도, 춤도 결코 한 종류가 아니더라.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섞였고, 어느 순간엔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호해졌다.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장르도, 타이틀도 없었다. 그냥, 어느 순간엔 오디션 봐야 하니까 추는 춤, 업계에서 선호하는 발성.
28살에 몸이 크게 무너졌을 때는, 내 안에는 나도 없다고, 텅 비어있다고 운 적도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꿈은 연극 뮤지컬계의 인기 배우가 되는 거였는데. 문제는 그 인기를 얻는다 치면 '너 그거 지속은 할 수 있니?'라고 스스로 묻게 되었달까.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몸이 망가지고 나서야 몸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달까? 자각하고, 다시 세우고, 공부하고, 기록하면서 깨달음이 다시 시작됐다.
누군가는 이 질문이 비현실적이라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병원 영수증 뭉치와 몸을 다시 세우기 위해 치열하게 기록한 공부 노트들을 보여줄 수 있다.
이건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무너져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지독하고 현실적인 질문이었으니까.
Performer,
특정한 장르에 구애받지 않기로 한 내 선택.
"더 올라가야지. 기다리고 있을게."
배우라는 꿈으로 시작했던 나는 참 오래도록 서로가 서로의 자존감을 착취하면서도 우리는 열정이 넘친다고 위안하는 그 세계가 전부인 줄 알았다.
근데, 댄서씬을 겪고 나서, 이곳은 '댄서'라는 타이틀이, 커리어나 돈으로 점철되는 게 아닌, 그저 '지금 전문성 있는 춤을 추고 있느냐'로 정해진다는 걸 알고 나서 머리가 띵- 했었다.
내가 무얼 해온 거람?
난 왜 이런 좁은 세계에 살고 있었지?
아무튼 그래서 뛰쳐나왔다.
내가 진짜로 추구하는 게 뭐였는지 다시 찾고 싶었어서. 그러고 나서 내 연기, 춤, 노래는 형태만 달랐지, 결국 한 지점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걸 설명할 가장 쉬운 말이 지금은 이거였다.
그냥 장르가 Solar라고.
이건 완성된 정의가 아니라, 현재의 내 좌표.
이 좌표를 따라 내가 무엇을 만들고 어떤 궤적을 그려나갈지,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