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부・울・경 1정연수(역사) 사태 후기
/정연두(부산산업과학고)
1정연수 프로그램의 부실함에 대해 올해도 여김 없이 제기되었다. 물론 이는 작년 올해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차이는 연수 주체인 역사교사들의 대응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원래 관 주도(?)가 그렇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체념하기 보다는 함께 목소리 내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오늘날 역사교사들에게 연수는 더 이상 ‘받는 것’이 아니다. 함께 만드는 것이다. 작년 2018년 <역사교육> 가을호~겨울호에 역사과 1정 연수 관련 연재가 기획 및 게재된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다.
지역에서 개최된 1정연수(대학 위탁) 프로그램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변화를 이끌어 낸 부산역사교사모임의 사례를 소개한다. 꿈쩍없는 벽에 유의미한 균열을 내는 역사교사들의 실천기를 함께 나누어주셨으면 한다 / 편집부
2018년의 어느 여름 날, 부산역사교사모임 집행부 샘들이 그 유명한 화정살롱(^^)에 모였다. 멤버는 막 충북대 1정연수를 마치곤 온 샘 2분, 17년에 서울대서 1정연수를 들은 샘, 16년에 경상대서 1정연수를 들은 나, 그리고 화정살롱의 주인이자 그 날의 모임을 기획한 강화정 샘. 우리는 금정산 자락이 어둠에 묻힐 때까지 각자의 1정연수 경험을 이야기하고, 대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한 여름 밤에 나눈 우리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다음 1정연수를 변화시키기를 기대하면서(이 날의 이야기는 2018년 가을 회보에 잘 포장되어(^^) 실려 있다).
역사과 1정연수가 오랜만에 부산에서 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작년 여름의 기억을 갖고 있던 터라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될지 다들 많이 궁금해 하였다. 그래서 1정연수 들어가는 샘한테 프로그램이 나오면 알려달라고 귀띔을 해뒀다. 연수 시작을 1주일 앞둔 7월15일이 되어서야 프로그램이 나왔다며 연수 일정표를 캡처해서 보내주었다.
부산모임 집행부 방에 올리자, 난리가 났다. “이 사람, 국정 교과서 집필진 아니야?”, “어떻게 초등교사가 중등 연수에서 학급경영을 강의하지?”, “작년에 말한 게 하나도 반영이 안됐네.”,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시간이 부족하였다. 1정연수는 바로 다음 주 월요일인 7월22일부터 시작이었다. 부산모임 열혈 회원 방에 올려서 의견을 구하였다. 연수원과 교육청에 민원을 넣자, 모임이름으로 항의를 하자, 교사 교육의 문제니 전교조와 같이 항의하자, 연수생 중에 울산과 경남 샘들도 있으니 울산과 경남모임에 연락해서 공동성명서를 내자 등 여러 안이 올라왔다. 시간이 촉박하여 이것저것 재기 보다는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써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먼저 교육청 담당 장학사한테 연락을 했다. 상황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었는지 과정을 들어 보았다.
장학사의 이야기로는 올해 부산의 역사과 1정연수 대상자가 많아서 부산교육청이 지역 국립대인 부산대와 부경대에 위탁 가능 여부를 타진하였는데, 부경대로부터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 후 이번 1정연수의 주무 교육청인 세종교육청이 인원과 지역을 감안하여, 부산・울산・경남의 역사교사 43명의 연수를 부경대에 위탁을 하였다고 한다.
문제는 부경대는 사범대가 없는 대학이다. 지역에 사범대가 있는 다른 대학도 있는데 왜 굳이 부경대와 접촉을 하였냐고 하니, 사립대는 교육청 입장에서 일하기가 힘들어 국립대를 우선하였단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1정연수 같은 중요한 일에는 진행상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국립대가 아니라 사범대가 있는 대학을 우선하여 프로그램을 짰어야 했다.
부경대 교육연수원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인력풀 안에서 강사진을 구성하였다. 그러다보니 학교 급이 다른 초등교사가 학급경영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의하게 되었고, 상담 관련 강의로 교과 외 전문역량 시간 대부분을 채웠다. 교과내용 부분에 서양사 강의를 하나 넣어서 기계적인 중립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청어, 세계를 바꿀 물고기 역사” 같은 강의도 탄생하였다. (왜 갑자기 물고기일까 생각해보니, 부경대의 전신이 수산대였다.) 물론 제일 큰 문제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폐지에 앞장섰던 역사교사들의 1정연수에 그 집필진을 강사로 배치한 것이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교육청의 연수 프로그램 관리도 부실하였다. 교육청 교육연수원이 1정연수 운영을 기피하다 보니 담당 장학사는 위탁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고, 위탁 기관이 정성껏 연수를 진행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30여 개 교과의 1정연수를 진행하는 담당 장학사가 개별 교과의 연수내용까지 살펴보는 건 구조적으로 무리였다.
한참을 통화한 후 장학사는 부경대에 연락을 해서 강사의 변경이 가능한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압박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이건 위탁기관인 부경대의 ‘허락’이 아니라, 당사자인 교육청의 ‘의지’로 바꿔야 하는 부분인데 말이다.
울산모임과 경남모임 회장님께 급히 연락해서 공동성명서에 대해 의향을 물었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전교조 부산지부에서도 같이 할 일이 있으면 힘을 모으겠다고 하였다.
성명서는 부산모임의 브레인 강화정샘이 학기말 바쁜 와중에도 작성해주셨다. 워낙 명문이라 뿌리기만 하면 되었다(물론 경남과 울산에서 검토를 해주셨다^^). 그런데 우리가 유명 단체도 아니고 성명서 발표한다고 기자들이 우르르 모일 리도 만무하였다.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가 가까운 주변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다. 전역모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개인 SNS 등에 올리고, 주소록에 등록되어 있는 부산지역 선생님들 350여 명에게 단체 문자로 성명서를 돌렸다. 그리고 부산교육청과 교육연수원, 부경대 관련 부서에 무차별적으로 팩스를 보냈다(모바일 팩스 어플의 도움이 컸다). 전역모의 많은 선생님들도 나서서 사건을 널리 퍼뜨려주셨다. 덕분에 여러 경로로 교육감에게 사건이 전달되었다.
보도 자료도 만들어서 전교조 부산지부를 통해 뿌렸다. 몇몇 언론에서 연락처를 물어왔다. 실제로 연락이 오지는 않았지만 지역 신문과 교육희망에서 감사하게도 사건을 다루어 주었다.
장학사와 다시 연락을 하였다. 강사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니라 1급 정교사 양성 과정의 구조적인 문제임을 지적하고, 전체적인 틀을 바꾸도록 교육청이 고민해야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장학사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그러면서 참고할 자료가 없을까 해서 작년에 강화정샘이 만든 ‘1정연수의 문제점과 대안’ 문서를 보내주었다.
밤늦게 장학사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교육청이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강사들을 급하게 섭외한 끝에 초등교사의 수업은 중등교사로 바꾸었고, 국정 집필진 교수의 조선시대사와 근현대사 특강은 중등 교사의 수업과 평가로 바꾸었단다. 그러면서 보내준 1정연수 관련 문서는 자기뿐만 아니라 과장, 국장까지 같이 읽고 토론을 하였단다. 성명서가 언론에 보도된 것이 오히려 담당자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고맙다는 말도 하였다.
부산/울산/경남 교육청은 2019학년도 역사과 1급 정교사 자격연수 프로그램을 개선하라.
여름방학을 맞아 전국적으로 중등학교 1급 정교사 자격연수가 실시될 예정이다. 1급 정교사 자격연수는 교직경력 3년 이상의 젊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 과정이다. 꿈꾸던 교육과 다른 학교 현장을 마주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을 젊은 교사들에게 새로운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전문성 신장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연수이기에 교사 생애 가장 중요한 연수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올해 여름 부경대학교에서 실시 예정인 부산/울산/경남 지역 역사과 1급 정교사 자격 연수 프로그램은 실소를 넘어 경악스러운 지경이다.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국정교과서 집필자가 연수 강사로 참여한다.
많은 역사교사들은 박근혜 정권이 추진한 ‘권력이 만든 단 하나의 교과서, 국정교과서’ 폐지를 위해 앞장섰다. 국정교과서 논란을 둘러싸고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겪은 역사교사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국정교과서를 집필하고 한 번도 반성하거나 사과한적 없는 이가 역사과 1급 정교사 자격연수의 강의를 맡는 것은 역사교사들을 우롱하는 행위이다.
2. 교과교육과 관련한 강의가 하나도 개설되지 않았다.
1급 자격연수 편성 지침이 되는 <정교사 자격연수 표준교육과정>은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개선을 위해 필요한 ‘수업역량’을 강조한다. 교사의 수업 역량은 현장의 경험, 역사교실의 경험을 역사교사들이 나누고 공부하는 것에서 나온다. 역사가들의 강의를 많이 듣고, 역사 지식을 아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1급 자격연수에서는 교과교육론 전공자나 현직 역사교사의 강의를 최대한 많이 배치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3. 교과 내용학의 영역별 편중이 심각하다.
교과 내용학 영역에서 동아시아사 관련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부산 화교의 역사, 대만의 역사, 동아시아사의 범위, 소빙기 명청교체, 일본 근대화, 한자문화권 등의 강좌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 까닭에 한국사와 서양사 강좌는 축소되었다. 특히 서양사 관련 강의는 1강좌 3시간뿐이다. 더구나 최근 근현대사 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역사교육계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교과 내용학의 편중은 모든 강사를 부경대 내 교수들로 채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상담 관련 내용으로 교직 역량이 매우 편중되어 있고, 학급운영 관련 강의에 초등학교 교사가 강사로 섭외되어 있다. 역사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을 넘어 중등교육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제점을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과 4가지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국정교과서 집필자의 강의를 폐지하라!
둘째, 현장교사의 경험과 실천을 담은 교과교육 강의를 편성하라!
셋째, 부경대 교수 위주의 지엽적인 교과 내용학이 아니라 영역별 다양한 전공 내용학 강의를 개설하라! !
넷째, 교직역량과 관련한 강의를 재검토하고 초등교사의 학급운영 강좌는 폐지하라!
오늘 이 같은 사태는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대학에 일방적으로 위탁하고 프로그램을 관리하지 않은 지역 교육청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지역 교육청이 교사연수, 교사 재교육에 대한 문제의식과 깊이 있는 성찰 없이 프로그램 마련에 급급한 탓이다.
당장 다음 주가 1급 정교사 자격연수의 시작이다. 부산/울산/ 경남 교육청은 속히 부경대 역사과 1급 정교사 자격연수의 프로그램을 폐지, 변경, 재조정에 힘써야 한다. 지역교육청은 단기적으로는 교사들의 성장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구성/관리할 자체적인 역량을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교사들의 협력적 배움이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자격연수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 교육청은 지역의 젊은 교사들을 길러내는 일에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교육자치 시대 지역교육의 질을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다. 이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그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1급 정교사 자격연수 프로그램 마련에 만전을 기하라!
2019.07.17.
부산역사교사모임/ 울산역사교사모임/ 경남역사교사모임
울산 회장님과 이야기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01년 겨울 울산에서 1정연수를 받은 선생님들도 마지막에 요구문을 낸 일이 있었다. 그 내용을 보니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문제와 똑같았다. 어떻게 이렇게 교사를 키우는 일에 무관심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10여 년 전 1정연수에서도 성명서가 나온 일이 있었다. 공주대에서 1정연수를 듣던 역사 선생님들 전원이 뉴라이트 계열의 이영훈 교수 수업을 거부하고 성명서를 발표한 사건이다. 2016년에 1정연수를 받을 때 나도 대자보를 쓴 적이 있었다. 배움의 열기는 온데간데없고 시험에 나온다고 하면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리고 시험과 관계없는 교양수업이라고 하면 엎드려 자기에 바쁜 연수생들과, 어느 절에 있는 비문을 자신이 새롭게 해석했다며 강의하는 교수 속에서 참을 수가 없었다. 떨렸지만 공주대 연수에서 성명서를 냈던 분들을 생각하며 용기를 내었다. 예상 외로 호응이 뜨거웠고, 연수생들은 회의를 통해 책상 배치를 ㄷ자로 바꾸고, 강사에게 부탁해서 매 강의마다 연수생들끼리 강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확보하였다. 격정적인 토론이 오고가기도 하였고, 눈물을 흘리며 자기의 수업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도 계셨다. 3주간 우리는 글자 그대로 배움의 공동체가 되었고 역사교사로서 큰 자부심을 안고 돌아갔다.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3일 만에 신속히 사태를 바로 잡을 수 있게 된 데는 위에 언급한 여러 투쟁(^^)의 역사와 작년 여름의 화정살롱 모임 덕분이었다. 문제의 본질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고, 우리의 논리를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다.
내년 1정연수가 천지개벽하듯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기대를 해보면서, 필요하면 부산모임 차원에서 열심히 지원을 하리라 다짐을 해본다. 이제 마무리는 1정연수를 듣고 있는 선생님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