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도

다시 쓰는 인턴일기

by 아반


늦은 시간 병원에 혼자 있다.
시간은 대략 오후 10시경.

거리는 깜깜하고 인적은 드물다.

문을 열고 외국인 3명이 들어온다.

남자 2명, 여자 1명.


외국인이라서 당황하지 않고,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고 영어로 말한다.


"What can I help you?"


애견 장난감 공 하나를 고르고 얼마냐고 묻는다.

천 원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갑자기 영어 단위가 머릿속에서 꼬여 버렸다.


"Uhm~Ten thousand won"


“텐따우젠드”라고 말하고는 만원을 받았다.


말로는 “텐따우젠드”라고 말해놓고

당연하다는 듯이 9천 원을 거슬러 주려고 금전 출납기 쪽으로 가서
금전 출납기를 열고 돈을 세어 돌아서는 순간,

바로 앞에 외국인 남자가 다가와 서 있다.

두 명은 여전히 문 쪽을 지키며 서 있다.


바로 그때, 병원 문이 열렸다.


한 가족이 개를 데리고 들어 온다.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 둘.

그 순간 외국인들이 당황한 듯이 황급히 병원을 빠져나가 버렸다.


“거스름돈 받아 가세요. 체인지(잔돈)~~~”


이미 가버리고 없다.


그제야 천 원짜리 공을 “텐따우젠드”라고 말한 게 생각났다.

외국인들이 거스름돈을 받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면서 짧은 영어 탓에 외국인들에게 본의 아니게 바가지를 씌운 것 같아서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며칠 뒤, TV에서 강남 일대에 삼인조 외국인 강도가 검거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범죄 수법이 내가 겪은 상황과 똑같았다.


나는 그날, 강도들에게 천 원짜리 공을 만 원에 팔았다.


강도도 이런 강도가 없다.




02화 [인턴일기 2] 유기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