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파국(破局)

[증언의 세대] : 피로 변한 바다

by 아반


은행 인출 사태


며칠 뒤 은행권이 먼저 움직였다.

정부가 긴급재정 투입을 결정했다.

열린 정부가 시민들을 안정시키는 금융권 조치를 발표했다.

은행 앞에는 돈을 인출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있다.

하지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줄은 쉽게 줄지 않는다.


대기실 TV에서 나오는 뉴스 사설에서 지금 상황은 국제적 위기상황이라고

해설자가 말을 한다..

우리는 IMF도 이겨낸 국민이라고 하면서

이번에도 차분하게 동요하지 않고 대처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로버트는 은행 창구에서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며

사람들을 자제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은행 과장으로 일하는 로버트는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밀려 넥타이가 풀리고 양복 상의가 거의 벗겨져 있다.

사람들에 떠밀려 넘어질 뻔한 것을 뒤에 있는 직원이 부축해 일으켜 세워준다.

직원은 로버트에게 잠시 쉬라며 임무를 교대해 준다.


로버트는 직원 휴게실에서 물을 몇 모금 마신 후 넋이 나간채로 앉아있다.

반쯤 열린 옆 방 지점장실에서 지점장이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정부가 곧 2차 발표를 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 잘 해결될 겁니다. 안심하시고 믿고 맡기세요."


로버트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문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얼마 후 로버트는 다시 힘을 내서 고객들을 상대한다.

제한된 금액만 인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순서대로 인출하는 것을 도와준다.




파국(破局)


더스틴은 오늘도 TV뉴스에 촉각(觸覺)을 기울이고 있다.


저녁 뉴스에 정부가 긴급 담화를 발표했다.

검찰의 수사결과 민족통합교뿐 아니라 추가로 연루된 종교들이 더 있으며 정부는 이번 기회에 모든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어 버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한번 TV화면 속 검찰청 창문이 클로즈업되면서 장면이 검찰청장 사무실로 바뀐다.)


검찰청장이 중간 간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디까지 할까요?"

"사안이 생각보다 긴박해."

"거기까지 해"

"네, 알겠습니다."


검찰청 간부가 검사들을 모두 소집했다.

"지난번 그 보류했던 파일, 모두에게 공유해."

"어디까지 입니까?"


"싹 다, 털어!"


"네!!! "


검사들의 눈동자가 커지고 굳게 다문 입술에 결기가 느껴진다.


(장면이 다시 줌 아웃되면서 TV화면을 빠져나온다.)



화면을 응시하던 더스틴이 나지막이 혼잣말을 한다.


"드디어 왔어."




다음 날 아침, 모든 주요 일간지에 특보가 실렸다.


<<< 정부, 썩은 종교 대수술 집행 >>>


정부는 모든 경우 예외 없이 비리에 연루된 조직과 범죄자들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지시했습니다.

민족통합교 대지의 어머니처럼 주요 교단의 지도자들이 줄줄이 법원에 소환되고 있거나 소환통보를 받고 대기 중에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로 정부 관계자는 재단 몰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이어서 이미 미국과 유럽의 주요 나라들에서 선제적으로 종교가 축적한 부정한 자금을 동결했으며 한국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비상 경제 상황을 타개(打開)해 나가겠다고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