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버스를 세웠다

운전석에서 가장 멀었던 화장실

by 운작 박성민

어제 있었던 일이다.

기점에서 출발해 세 정거장쯤 지났을까. 갑자기 소변이 조금 마려웠다. 아주 조금. 참고 갈 수 있을 정도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차고지까지 가서 보면 되지.’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하며 운전한다. 버스기사는 화장실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직업이니까.

처음에는 괜찮았다. 음악도 들리고, 신호도 잘 맞고, 승객들도 조용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문제는 한 시간이 지나면서부터였다.


‘조금 마렵다’가 ‘아, 좀 급한데’가 되더니, 어느 순간 ‘이건 진짜다’로 바뀌었다.

식은땀이 났다. 손바닥이 미끄러워지고,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유난히 하얘 보였다. 창백이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운전석은 생각보다 좁다.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다. 브레이크와 엑셀 사이에서 인간의 존엄이 함께 흔들렸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8년이나 했잖아. 이것도 못 참으면 어떡하냐.’

하지만 몸은 이성을 배신했다. 정신력으로 방광을 설득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때, 저 멀리 초록색 간판이 보였다.

스타벅스.

정확히는 시청점이었다.

그 순간, 인생의 우선순위가 아주 선명해졌다.

안전 운행.
그리고… 생존.

나는 결국 결심했다.

사이드브레이크를 당겼다.

“승객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기사 개인 사정으로 잠시만 정차하겠습니다.”

8년 운행하면서 처음 해보는 말이었다.


버스를 도로 옆에 세우고, 문을 열고, 거의 뛰다시피 내려갔다.

그 짧은 거리가 왜 그렇게 길던지.

스타벅스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겸손한 사람이 되었다.

시청점 직원분은 상황을 보자마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안내해 주셨다. 그 짧은 배려가 그날의 긴장보다 오래 남았다.

그리고 무사히, 아주 무사히 돌아왔다.

버스로 다시 올라오니 승객 몇 분이 웃으며 말했다.

“기사님, 사람인데 그럴 수도 있죠.”


그 말에 괜히 더 민망해져 고개를 깊이 숙였다. 고맙다는 말이 죄송하단 말이 목에 걸려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다시 운전석에 앉아 출발을 하며 생각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을 태우고 도시를 돈다. 시간을 맞추고, 사고 없이 달리고, 불평도 듣고, 욕도 먹는다.

하지만 화장실 하나 마음대로 가기 어려운 직업이라는 건, 잘 모른다.

어제 나는 알았다.

운전석은 책임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주 인간적인 자리라는 것을.


누군가의 출근을 실어 나르는 손으로, 누군가는 방광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도 나는 버스를 몬다.

혹시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그래도 어제보다 조금은 가볍다.

8년 차 버스기사도, 결국은 화장실이 급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어제 하루로 충분히 배웠으니까.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인사를 남긴다.

그때 웃으며 기다려 주신 승객분들께,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길을 내어 주신 시청점 직원분께.


덕분에 그날의 운행은 사고 없이, 그리고 조금 더 따뜻하게 끝날 수 있었습니다.

-*-*
(작가의 말)

운전석에 앉아 있으면, 나는 늘 기능이 먼저인 사람이 됩니다. 시간을 맞추고, 규칙을 지키고, 책임을 지는 사람.

하지만 어제만큼은 잠시, 기능보다 사람이 먼저였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웃음이 된다면 좋겠고, 동시에 우리가 기대어 살아가는 작은 배려들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