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반 아이들
도화지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아이들 앞에 보여준다.
선생님은 종이 뒤편에서 그림을 보지도 않고
가위로 동그라미를 잘도 오린다.
싹둑, 싹둑.
(사실은 도화지를 눈앞에 들고 보면 빛에 비친 뒷면에서도 동그라미 선이 또렷하게 보인다)
오늘은 두꺼운 도화지에 그려진 동그라미를 오려야 한다.
별수 없지.
앞에 있는 그림을 보고 선을 따라 조심조심 오린다.
“오늘은 그냥 보고 오리시네.”
잠시 후,
선생님이 갑자기 말했다.
“오늘은 너희들이 너무 시끄럽게 떠들고 선생님 말도 안 들으니까 선생님 마술이 효력이 없어졌구나.
마술이 말을 안 듣네.”
그리고 다시,
도화지에 그린 그림을 뒤편에서 안 보고 오리게 되었다.
“자! 이제 마술이 다시 살아났나 볼까?”
도화지를 번쩍 들어 올리고
가위로 싹둑, 싹둑.
“와! 안 보고 오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