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이 사는 비밀 통로

토끼반 아이들

by 또자네 이야기방

비 오는 날이면 급식실로 가는 일이 쉽지 않다.


우리반 유치원 아이들 대부분은 부모님이 등하원을 도와주기 때문에 우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그대로 비를 맞으며 내려갈 수도 없다.


그럴 때 우리는 현관과는 반대편에 있는 기린반을 지나,

자료실을 통과해 쪽문으로 나간 뒤

계단을 따라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날이 궂은 날이면 교실은 유난히 더 소란스럽다.

빗소리에 마음까지 들떠서일까.


자료실은 복도를 개조해 만든 통로형 공간이다.

조금 어둡고, 조금 외진 곳.

다섯 살 꼬마가 지나가기에는 어쩌면 살짝 무서울 수도 있는 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갈 수 있을까?


“얘들아, 우리 유치원에 비밀 통로가 있는 거 알고 있니?”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리는 이 비밀 통로로 식당에 가야 해.

그런데 말이야… 이곳에는 괴물들이 살고 있대.”


순식간에 교실이 조용해진다.


“떠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만 잡아먹는 괴물이래.”

“자, 이제 출발!”


“쉿. 조용히.

실내화는 손에 들고, 살금살금…”


기린반을 지나,

비밀 통로에 도착하면

그제야 조용히 실내화를 신는다.


쪽문을 열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면—


“휴… 다 왔다.”


식당에 도착하면 긴장이 풀린다.

밥도 골고루 먹고, 반찬도 이것저것 잘 먹는 아이는

괴물이 무서워서 잡아먹지 못한단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계단을 지나,

비밀 통로를 통과해,

실내화를 벗고

무사히 토끼반 교실로 돌아온다.


식사 후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표정이 당당하다.


“선생님, 난 괴물 못 봤어요!”

“나도요!”


자랑이라도 하듯 재잘거린다.


나는 파란 싸인펜 자국이 찍힌 두 손을 내민다.


“어머, 정말? 선생님은 오다가 괴물한테 붙잡혔어. 이것 봐.

괴물이 손을 물어서 이렇게 이빨 자국이 났잖아.”


아이들은 우르르 모여든다.

불쌍하다는 듯 바라보는 아이,

나는 안 물렸다고 안도하는 아이,

어쩌다 선생님만 걸렸냐며 안타까워하는 아이.


그 눈망울을 바라보다가

나는 속으로 웃는다.


얘들아,

너희들 같은 꼬마 요정은

괴물이 절대 잡아먹지 못하는 거야.


비 오는 날,

우리는 오늘도 그렇게

조용히, 무사히

비밀 통로를 지나왔다.

괴물들이 사는 비밀 통로 삽화.png AI 활용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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