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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May 05. 2023

베토벤의 ‘디아벨리 왈츠를 주제로 한 33개의 변주곡‘

출판사 의뢰와 대가의 유머로 완성한 33곡의 피아노 변주곡

연휴 첫날, 얼마 전에 주문해서 받아놓기만 했던 LP를 뒤늦게 들었습니다.

앨범은 베토벤 - 디아벨리 변주곡 (알프레드 브렌델이 1976년 런던 로열 페스티벌홀에서 했던 연주를 녹음, 2013년 Decca에서 발간)을 구했습니다.


피아니스트 브렌델이 명성을 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은 총 33곡으로 구성된 피아노곡입니다.


절정기였던 53세의 베토벤이 33개나 되는 변주곡을 그것도 아마추어가 쓴 왈츠곡에 기반해서 작곡했다는 사실은 매우 이색적입니다.


곡명의 풀네임을 보면 디아벨리의 왈츠를 주제로 한 33개의 변주곡(원제: 33 Veränderungen über einen Walzer von Diabelli)입니다.


여기서 디아벨리는 당시 출판사 사장인 안토니오 디아벨리로서 악보를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음악계의 큰손이었다고 합니다.

안톤 디아벨리(1781-1858)

디아벨리는 베토벤을 포함 당대 작곡가 50명에게 같은 왈츠곡을 보내고 변주곡 의뢰를 했습니다만, 베토벤은 처음에는 디아벨리의 왈츠곡을 폄훼하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디아벨리의 의뢰를 받은 체르니와 슈베르트, 리스트 등 다수의 작곡가들이 작품을 제출하는 것을 알고는 뒤늦게 3년 후인 1822년부터 변주곡 작곡에 들어가 이듬해인 1823년에 총 연주 시간이 50분을 넘기는 33곡의 방대한 작품을 전달합니다.

베토밴


디아벨리는 베토벤이 제출한 변주곡을 다른 작곡가들 작품들과 별도로 1824년에 단독으로 출판을 하며 화답합니다.

원래 자신이 작곡한 주제로 당대에 유명했던 작곡가들에게 1곡씩만 변주곡 작곡을 의뢰한 뒤 한데 모아 책으로 출판할 생각이었던 디아벨리로서도 베토벤의 과한(!) 정성을 마다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탄생한 변주곡 모음이 바로 디아벨리의 왈츠를 주제로 한 33개의 변주곡으로 베토벤의 정식 작품번호(Op. 120)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주 기교가 과하고 음악이 청중들에게 어필하기 난해한 점 때문에 그리 많이 연주되지 않았기 때문에 뒤늦게서야 알려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33곡마다 서로 다른 성격을 느끼게 하는묘미가 있어 즐겁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22번째 곡은 도입부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의 아리아 모티브를 초반에 차용해서 작곡한 점이 유쾌하게 느껴집니다.  요새 팝으로 대입해 보면 동료 가수의 곡 일부를 샘플링해서 자신의 곡에 넣은 셈입니다.

베토벤 비서 역할을 했던 안톤 쉰들러의 전언에 따르면 이 변주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평소 그와 다르게 작업을 무척 즐기며 했다고 합니다.

대가로서 받았던 중압감에서 다소 벗어나서 기교와 유머로 작곡한 디아벨리 변주곡은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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