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썼던 글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는 시각들이 선명해진다고
선명해진다는 것은 곧 희미해진다는 것
오늘은 졸업을 이틀 앞둔 날이다
6년간 몸 담았던 초등학교와 달리
그 반밖에 되지 않는 중학교 졸업이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듯하다
교실 앞쪽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칠판과 양옆 안내 게시판
그런 게시판에 적혀있는 청소 당번과, 졸업식 안내사항
칠판 왼쪽 옆 천장에 달려있는 TV
그런 칠판 앞 교탁에 앉아계신 선생님과 스탠딩 책상
그리고 교탁에 계신 선생님을 마주 보며 앉아있는 30명 남짓 아이들
각자 무언가 다른 것들을 하고 있지만, 모두가 학기 초와는 사뭇 다르다
교실 뒤쪽엔 크리스마스를 맞으며 꾸민 대왕 트리와 고입안내책자, 상담순서까지.
이 교실 안에는 우리 반 아이들 관련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지난 3년간 모두 다른 반, 다른 교실에서 지냈지만
익히 얼굴을 알며 3학년을 보냈고, 또 졸업학년이라는 점에서 더 아쉬움이 남기도하고.
지난 일 년 동안 수 몇 번의 자리를 바꾸고, 여러 자리 앉아보며
자리에 따라 보게 되는 풍경이 다름을 알게 되었고,
지난 3년 동안 중학교를 지나오면서
지금 내가 졸업을 하기 아쉬운 이유가, 지금 내 옆의 친구들 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모두가 너무 착하고 빛나서 나까지 함께 빛날 수 있었기에
힘들거나 어려운 일 있어도 너네 덕분에
마지막을 빛이 아닌 별로 마칠 수 있어 참 고맙다.
빛은 그저 광원이지만, 별은 함께 모여 은하수를 만드는 광원이니까.
이렇게 글로써 표현할 수 있는 만큼 뚜렷하고 선명한 현재의 기분들과 감정들이지만,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는 이 기분을 놓쳐버리게 될 것은 시간의 섭리.
그런 것을, 그렇게 될 것을 알기에 더욱 두렵기도 하다.
당장 엊그제의 감정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16살 졸업을 생생히 놓치지 않으며
기억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꼭 잊지 말았으면 하는 건,
쉬는 시간이 되면 엎드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수다 떨던 것,
네 명이서, 세 명이서 함께 화장실을 가던 것,
체육관 통로에 매트를 깔고 누워서 내내 웃고 떠든 것,
점심시간 같은 복도를 수없이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간식을 받으러 갔는데 선생님이 안계서 아쉬움에 가득 차 돌아갔던 것,
영어시간 모둠을 만들 때 눈을 마주치고선 바로 모여 앉던 것.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나의 3년을 채웠고, 또 기억될 것이기에
여느 때보다 빛났던 시기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어떤 것을 느꼈는지
조금만 더 천천히 희미해지길 바란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처럼, 10대의 중간을 겪어온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이제 또 올해의 시작, 새 학교를 시작하는 모두를 위해,
지난 얼마간의 기억들이 단단한 뿌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