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직은 생각을 깊이 하지 못할 때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친구들과 놀이터 탐방을 하고 있었다
여름이 조금씩 저물고 가을과 초가을 사이
어느 날씨였던 것 같다
그리고 한 다섯 명쯤 함께 모여
우르르 다음 놀이터로 이동하다가 한 아이가
걸음을 멈추고선 한자리에 멈칫 서있었다
그 아이의 멈춤에 따라 다른 아이들 모두
그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도로나 길가에 보면 키 큰 나무들이 길쭉길쭉 서있고
그 사이사이 성인기준 허리 아래정도 오는
작은 풀 같기도 하고 조그만 마을 같기도 한 나무들이 무성하다
그 키 작은 나무들이 가끔 가로수 빛에 비쳐서
예뻐 보일 때면 카메라로 담곤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자꾸만 그 순간이 생각났다
그렇게 길가에 발걸음을 멈춘 그 아이는
그 작은 나무들에 눈길을 멈추어 예뻐 보이는 잎들을
따기 시작했다
이런 잎이었던 것 같은데
나무들 종류가 셀 수 없이 많고 구별하기 어렵지만
선명히 기억나는 것은
줄기 쪽 부분이 둥그렇고 끝으로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물방울 모양이 아니라
마치 얼려 먹는 초코 만들기 과자의 초콜릿 뚜껑 부분처럼
동글동글한 잎이었다
그래서 따는 소리도 똑똑하는 소리가 나며
잎을 따서는 그 고사리 손에 모았다
그리고는 다섯 명 중 한 친구, 어쩌면 나였을지 모르지만
그 친구를 향해 딴 초록 잎들을 하늘로 향해 뿌리며
생일축하해!! 하였다
정말 난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마치 종이 컨페티 같던 그 잎의 날아다니는 모습이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던 그 잎을 보고 그 잎으로 축하해 줄 생각을 했던 그 친구의 생각이
너무나도 신선했고, 그때 나에겐 경이로웠다
그때쯤 아마 처음으로 일상 주변에서 할 수 있는
다정한 행동을 하기 위해
걸어가는 길, 매일 같이 똑같은 등하굣길과 네거리
모두 지나면서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시작된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의 순수함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는 힘들기에
의식적으로 다정하게 행동하고, 아무 생각 없이 무심하게 지나치는 세상을 관찰하려고 애써야 보이는 것들인데.
그 어렸던 아이의 눈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있었기에
거리에 널린 그 잎들로 축하해 줄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정말 깨끗하고도 때 묻지 않은 그 친구의 행동이
수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서,
뿐만 아니라 운이 좋게도 너무나도 좋은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들이 나에게
다정한 기억과 좋은 생각을 심어준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그런 좋은 기억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