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중학교 3년 동안
입에 달고 다녔던 말이 있다
"집이 그렇게 먼데 왜 이 학교로 왔어?"
라는 질문에 나는 항상
"배정 나기 하루 전에 이사 가서요."
라고 답했다
그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말을 할 때면 왜인지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워낙 가 고팠던 학교라 전학을 가는 것도 별로 원치 않았고,
잘 다니고 있는데 괜히 그런 말을 듣는 기분이기도 하고,
이사를 가서 학교와 더 가까워지는 거면 몰라도
이사 가기 전보다 훨씬 더 먼 거리로 이사 가는 탓에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탓에 이사 가는 설렘보다
앞으로 등하굣길이 더 걱정되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껏 아침잠은 항상 많았지만
중학생인 나는 아침잠이 더 많은
정확히는 잠자는 걸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늦지 않기 위해서
다른 아이들이 등교시간 8시 20분을 두고
7시 30분쯤에 일어날 때,
나는 6시 50분-7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7시 30분엔 버스를 타야 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가면 학교에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었다
집이 멀면 지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살갗으로 느낀 3년이었다
항상 버스를 놓칠까, 지각할까
노심초사하며 살았던 탓에 내 핸드폰에는 항상 버스 알림 앱이 켜져 있었고,
가끔 그에 맞춰서 가도 이미 가버린 버스를 마주할 때면
난 크게 낙담하며 기분이 상했다.
그런 순간에 했던 대처는 언젠가 쓸 글로 남겨두고.
그렇지만 그 덕에 나는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버스와 지하철을 혼자 타는 법을 알았고,
기타를 들고서 타는 법도 알았고,
버스창문너머 보이는 계절의 흐름도 감상하게 되었으며,
창문이나 하차벨 밑 공간에 기대어 잘 수도 있게 되었다
또한 같은 번호버스 기사님들끼리 창문으로 필승자세를 취하며 인사하시는 것도 알게 되었고,
버스가 멈추고, 다시 시동 걸리는 느낌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다시 생각해 보니 집이 멀어서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참,, 정말 큰 이점 중 하나이다
그렇게 힘든 3년을 보낸 후 3학년 기말고사를 치를 즈음
나는 학교 근처로 이사를 왔다.
정말 좋았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는 게,
필요한 게 있을 때 걱정 없이 찾아갈 수 있다는 게,
힘든 날에도 조금만 걸으면 내방 침대에 누울 수 있다는 게,
정말 그 어떤 위로보다 더 큰 것이었다
물론 그전 집보다 아는 사람도 많고
예전의 그 사람 적은 한적함을 느낄 수는 없지만
거리상의 문제가 해결되니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 앞에 스터디카페가 있으니까 저녁 늦게까지
있다 와도 되고
평소 생활반경의 주변에 있으니까
전에는 버스 타고 가는 시간까지 생각해서
일찍 들어가야 했다면
지금은 조금 한 30분은 더 있다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 좋다
물론 집이 가까워지니 지각의 위험은 한층 커졌다
왜인지 뛰면 안 늦을 것 같은 근거 없는 믿음 때문에
지각도 꽤나 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집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든든한 지원군이 내 옆에 있는 것 같아
괜스레 어깨가 펴지는 기분이라,
언제든 냅다 달려갈 수 있는 거리에 집에 있다는 것이
언제나 나를 맞아줄 곳이 있는 것 같아서
가방에 비상용 샤프를 한 개 더 들고 다니는 기분이라서,
집이 가까이 있는 것은 참 축복받은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꼭 집은 직장과 가까이에 있는 곳에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