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와 멋의 간격 : 뚜껑열리는 차보다 중요한 것

오아시스 리페어

by 라라


자동차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레 '멋진 차'들이 모이는 곳에 머물게 된다.


나 역시 한때 자동차 모임에 자주 얼굴을 비췄던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겪은 두 번의 극명한 드라이브 경험은, 내가 어떤 삶의 태도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명한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 첫 번째 경험: 차의 뒤에 숨은 허세

처음 나를 모임에 데려간 분은 그 무리에서 가장 화려한 외제차를 타는 분을 소개해 주었다

평소 타보기 힘든 고가의 컨버터블 모델이었다. 날씨가 꽤 쌀쌀했지만,

그는 뚜껑을 열고 드라이브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히터를 튼 채 시작된 드라이브는 생각보다 즐겁지 않았다.

운전석의 그는 쉴 새 없이 말을 내뱉었다. "이 차는 아무나 태워주는 게 아니다",

"이 모델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느냐". 오늘 처음 본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들은 지나치게 무거웠고,

소음처럼 귀를 괴롭혔다. 그는 차라는 화려한 껍데기 뒤에 숨어 자신을 과시하기 바빴다.

그날 내게 남은 건 드라이브의 즐거움이 아닌, 차가 아깝다는 생각뿐이었다.


# 두 번째 경험: 차를 완성하는 매너

시간이 흘러 다른 모임에서 내가 평소 동경하던 브랜드의 차를 마주했다

조심스레 운전석에 앉아봐도 되냐고 묻자, 그분은 흔쾌히 드라이브를 제안했다

이 차 역시 오픈 에어링이 가능한 모델이었다.


그분은 시동을 걸며 담백하게 물었다

"날씨가 좀 춥죠? 히터를 틀고 달리면 드라이브의 밀도가 한층 더 높아져요."


그 한마디에 나는 전율을 느꼈다.

이전에 탔던 차보다 작고 저렴한 모델이었지만, 그날 내가 맛본 드라이브는 생애 최상의 것이었다

그는 차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 안에서 내가 느낄 '경험의 질'을 배려하고 있었다

차를 대하는 태도, 타인을 향한 톤과 매너. 그 모든 것이 그 차와 완벽하게 어우러져 압도적인 품격을 만들어냈다.


# 좋은 차에 어울리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날 이후 나는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좋은 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그 차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품격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마인드와 스스로를 다스리는 자세에서 나온다.


훗날 내가 동경하던 그 차를 타게 된다면, 나 역시 "드라이브의 밀도가 높아진다"고 말하던 그분의 온기를 닮고 싶다. 좋은 도구에 어울리는 선명한 자아를 갖추는 것. 그것이 내가 오늘도 나를 '리페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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