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통합 현금흐름표
"여보, 이번에 프로젝트 대금 500만 원 입금됐어!"
아내 찬미(42)의 들뜬 목소리에 남편 찬민(45)의 표정이 밝아진다. 지난달 찬미의 수입은 0원이었다.
두 달 만에 들어온 목돈이다. 딩크 부부에게 이 돈은 달콤한 유혹이다.
찬민은 가게 매출 압박에서 잠시 해방감을 느끼고, 찬미는 그동안 사고 싶었던 명품 스카프를 검색한다.
"이번 달은 좀 즐겨도 되겠지?"
하지만 이 안도감은 치명적인 독이다.
찬미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다.
이번 달에 500만 원을 벌었지만, 다음 달에 또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찬미의 수입 그래프는 심장 박동수처럼 요동친다.
문제는 부부가 이 '불규칙한 목돈'을 '정기적인 보너스'처럼 여긴다는 점이다.
수입이 터지는 달에는 소비 수준을 확 올리고, 수입이 없는 달에는 찬민의 가게 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한다. 소득의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났는데, 서로의 단점만 증폭시키고 있는 꼴이다.
자영업자 남편과 프리랜서 아내, 이 조합은 재무적으로 매우 훌륭한 팀이 될 수 있다.
단, 포지션을 명확히 정했을 때만 그렇다. 1화에서 확정한 찬민의 월급(250만 원)과 찬미의 들쑥날쑥한 수입은 섞이면 안 된다. 용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찬민이 가게에서 가져오는 월급 250만 원은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을 막아야 한다.
관리비, 식비, 보험료, 대출 이자 같은 '고정 생계비'다. 매출이 아무리 잘 나와도 이 금액은 건드리면 안 된다.
우리 집의 최저 생존 라인을 지키는 방패다.
찬미의 수입은 변동성이 크다. 따라서 절대 '고정 지출'에 배정하면 안 된다.
찬미의 돈으로 자동차 할부금을 내거나 정기 적금을 크게 들면, 수입이 0원인 달에 반드시 사달이 난다.
찬미의 돈은 전액 '미래를 위한 자산'이나 '비상 예비비'로 가야 한다.
생활비가 아니라 자산을 사는 돈이다.
이제 두 사람의 돈을 합쳐서 흐름을 통제하는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딩크 부부의 화려한 소비를 막고 자산을 쌓는 3단계 댐 구조다.
찬민의 월급 250만 원으로 모든 고정 지출을 해결한다.
만약 250만 원으로 생활이 안 된다면? 그건 소득 문제가 아니라 딩크족 특유의 과소비 문제다. 소비를 줄여서라도 이 안에서 맞춰야 한다.
찬미가 번 500만 원 중 절반은 무조건 'CMA(수시입출금) 예비비 통장'으로 보낸다.
이 돈은 찬미의 수입이 0원일 때, 혹은 가게 매출이 곤두박질칠 때 꺼내 쓰는 '저수지'다.
찬미의 소득이 들쑥날쑥해도 가계 경제가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핵심 장치다.
예비비가 어느 정도 찼다면(보통 생활비의 3~6개월 치), 찬미의 나머지 수입은 전액 투자로 간다.
연금저축, IRP, ETF 등 자산을 사는 데 쓴다.
찬미의 수입은 생활비로 녹아 없 어지는 돈이 아니라, 부부의 노후를 책임지는 '벽돌'이 되어야 한다.
많은 프리랜서 부부가 불규칙한 수입을 불안해한다.
하지만 시스템만 갖추면 이 변동성은 축복이 된다. 직장인은 월급이 뻔해서 저축액을 늘리기 어렵지만, 찬미는 프로젝트 하나만 잘 터져도 단번에 목돈을 자산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 500만 원 들어왔으니까 맛있는 거 먹자"가 아니라,
"이번 달 500만 원으로 삼성전자 주식 200만 원어치 사고, 300만 원은 비수기 통장에 넣어두자"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자녀가 없는 찬민·찬미 부부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돈을 빨리 모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나중에 아프거나 가게를 접어야 할 때, 부부를 지켜주는 건 옷장에 걸린 명품 스카프가 아니라 3단계 댐에 쌓인 자산뿐이다.
다음 화에서는 부부가 가진 것을 점검한다. 가게 보증금, 권리금, 차, 그리고 집. 과연 이것들은 진짜 내 돈일까? 자영업자 부부가 반드시 그려야 할 '환금성 지도'를 펼쳐본다.
고정 지출 총량제: 남편 찬민의 월급(250만 원) 안에서만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식비)이 해결되는지 계산해보고, 초과하면 구독 서비스나 보험부터 해지한다.
찬미 통장 꼬리표 달기: 찬미의 수입이 들어오는 통장 이름 옆에 '보너스 아님, 생존 비상금'이라고 적어둔다. 수입의 50%는 무조건 다른 CMA 계좌로 자동 이체되도록 설정한다.
할부 결제 금지: 수입이 불규칙한 찬미는 신용카드 할부를 절대 쓰면 안 된다.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현재를 사는 행위는 프리랜서에게 자살골과 같다. 체크카드 사용을 권장한다.
다음 화 예고:
"가게 보증금 5천에 권리금 5천, 합치면 1억은 내 돈이지?" 과연 그럴까. 급할 때 현금으로 바꿀 수 없는 자산은 숫자에 불과하다. 이찬민 사장의 자산을 '현금화 속도' 기준으로 냉정하게 재평가한다.
Reference
한국재무설계, '맞벌이 부부의 소득 관리 원칙'
서점 베스트셀러 경제경영 코너 '프리랜서 돈 관리법'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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