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순자산표 & 금리 협상
브레이크 타임, 이찬민(45)이 식탁에 앉아 재산 목록을 적어 내려가고 있다.
"가게 보증금 5,000만 원, 권리금(바닥 권리금 포함) 최소 5,000만 원은 받겠지? 타고 다니는 SUV 중고가 3,000만 원, 전세 보증금 3억..."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얼추 4억 3,000만 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여기에 아내 찬미의 비상금 조금을 합치면 꽤 든든해 보인다. 대출이 1억 정도 있지만, 자산이 4억이 넘으니 "나 정도면 중산층이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당장 내일 나갈 식자재비 200만 원이 부족해 찬미에게 "비상금 좀 있냐"고 문자를 보낼까 말까 고민 중이다. 장부상 자산은 4억인데, 당장 쓸 수 있는 현금 200만 원이 없어 쩔쩔맨다.
찬민은 '서류상 부자, 현실은 빈곤'이라는 자영업자의 전형적인 함정에 빠져 있다. 그가 믿고 있는 권리금과 보증금은 가게 문을 닫는 그날까지 10원 한 장 꺼낼 수 없는 '박제된 돈'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자산을 '액수'가 아니라 '현금화 속도'로 분류해야 한다.
자영업자에게 자산은 신호등처럼 3가지 색깔로 나뉜다.
위기가 왔을 때 바로 불을 끌 수 있는 진짜 돈이다.
찬민의 경우 이 비중이 자산의 5%도 안 된다는 게 문제다.
현금화는 가능하지만 손해를 볼 수도 있는(원금 손실) 자산이다.
아내 찬미가 투자하고 있는 주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급할 때 쓸 수는 있지만, 하락장에 팔면 뼈아프다.
이것들은 사실상 '자산'이 아니라 깔고 앉아 있는 '비용'에 가깝다.
특히 권리금은 경기가 나빠지면 5,000만 원이 아니라 0원이 될 수도 있는 허상이다.
찬민이 계산한 4억 3,000만 원 중 90% 이상이 '빨간불 자산'이다.
현금 흐름이 막히면 이 거대한 자산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빚을 더 끌어쓰게 만드는 담보가 될 뿐이다.
부부의 목표는 빨간불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초록불 자산을 늘리는 것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자산 파악이 끝났다면 이제 부채를 공격할 차례다.
찬민에게는 개업 초기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빌린 5,000만 원의 신용대출(금리 6.5%)이 있다. 매달 이자만 27만 원씩 나간다.
많은 사장님이 모르지만, 대출 금리는 '협상의 영역'이다.
은행은 사장님의 신용상태가 좋아져도 절대 알아서 이자를 깎아주지 않는다. 사장님이 직접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다음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당장 은행 앱을 켜거나 지점을 방문하라.
매출 증가: 전년 대비 또는 대출 시점 대비 매출이 올랐는가?
부채 감소: 대출 원금을 일부 상환했거나, 마이너스 통장 사용액이 줄었는가?
신용점수 상승: 연체 없이 카드값과 대출이자를 갚아 신용점수(NICE/KCB)가 올랐는가?
찬민은 최근 1년간 연체 없이 이자를 갚았고, 매출도 오픈 초기보다 안정화되었다.
당당하게 요구권을 신청했더니 금리가 6.5%에서 5.9%로 낮아졌다. 연간 이자가 30만 원 줄었다.
앉아서 30만 원을 번 셈이다. 자영업자에게 신용점수는 곧 '돈'이다.
가게 보증금과 권리금은 '퇴직금'이다. 지금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딩크 부부가 여유롭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이 퇴직금을 마치 현재의 지갑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오늘 밤, 부부는 다시 마주 앉아야 한다. 4억 3,000만 원이라는 허상 대신, 당장 내일 인출 가능한 현금이 얼마인지 '초록불 자산'만 따로 적어보자.
그 금액이 3개월 치 생활비(약 750만 원)도 안 된다면, 당신은 부자가 아니라 '현금 빈곤층'이다.
이 진단이 끝나야 비로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다음 화에서는 자영업자에게 가장 잔인한 시기, '보릿고개'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리스크 캘린더를 만든다.
환금성 지도 그리기: A4 용지를 3등분하여 초록불(현금), 노란불(투자), 빨간불(부동산/보증금) 자산을 구분해 적는다. 빨간불 자산은 과감하게 현재 가치의 70%만 인정하여 보수적으로 적는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주거래 은행 앱에 접속해 '금리인하요구권' 메뉴를 찾는다. 비대면으로 신청 가능하며, 밑져야 본전이니 무조건 신청 버튼을 눌러본다.
신용점수 무료 조회: 토스, 카카오뱅크, 네이버페이 등을 통해 본인의 신용점수(NICE/KCB)를 확인하고, 1점이라도 올리기 위해 연체를 0으로 만든다.
다음 화 예고:
5월 종합소득세, 7월 부가세, 그리고 여름휴가 비수기. 자영업자에게 위기는 예고 없이 오지 않는다.
달력에 미리 표시된 지뢰밭을 피하는 법, '1년 치 리스크 캘린더' 만드는 법을 공개한다.
Reference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 (금리인하요구권 안내)
서민금융진흥원 '자영업자 신용관리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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