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와 무수입 달이 겹치면 게임 끝

리스크 캘린더 & 생존 시나리오

by Node 연구노트

다가오는 7월의 공포




숨 막히는 무더위가 시작된 7월 초, 경기 남부의 식당 사장 이찬민(45)은 달력을 보며 한숨을 쉰다.

7월은 요식업계에서 본격적인 여름휴가 비수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손님들의 발길은 바다와 계곡으로 향하고, 상가는 썰렁해진다.



설상가상으로 달력의 25일에는 부가가치세 1기 확정 신고 및 납부일이 적혀 있다.

통장에 모아둔 돈은 부족한데 내야 할 세금은 수백만 원이다.


마음이 답답해진 찬민이 아내 박찬미(42)에게 묻는다.



"여보, 이번 달은 장사도 안 될 텐데 세금 낼 돈이 모자라네. 혹시 이번에 들어오는 디자인 잔금 있어?"



찬미가 난처한 표정으로 답한다.


"어쩌지? 클라이언트 쪽 사정이 생겨서 프로젝트가 다음 달로 연기됐어. 나 이번 달 수입 0원이야."


딩크 부부의 화려한 일상에 급제동이 걸렸다.


남편의 비수기, 묵직한 세금 고지서, 그리고 프리랜서 아내의 무수입 달이 정확히 한 날 한 시에 겹쳤다.


평소 매달 400만 원씩 쓰며 여유를 부리던 부부의 통장은 순식간에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기 직전이다. 위기는 결코 하나씩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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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각파도: 완충 지대가 없는 가계부



매월 일정한 급여가 꽂히는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부부의 현금흐름은 거친 바다와 같다.

이 바다에서 배를 뒤집어버리는 가장 무서운 현상은 악재들이 겹치는 퍼펙트 스톰이다.


가게 매출이 떨어지는 비수기에는 아내의 수입으로 버텨야 하고, 아내의 일이 끊겼을 때는 가게 매출이 가계를 지탱해야 한다.


이것이 2화에서 설계한 부부 현금흐름의 기본 원리다.


하지만 1년 중 반드시 한두 번은 두 사람 모두의 현금흐름이 바닥을 치는 최악의 구간이 발생한다.

여기에 5월 종합소득세나 7월 부가가치세 납부 등 굵직한 현금 유출 이벤트까지 겹치면 부부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준비되지 않은 딩크 부부는 이럴 때 가장 나쁜 선택을 한다.


금리가 높은 카드론을 끌어 쓰거나, 노후를 위해 모아두던 적금과 주식을 손해를 보며 해지한다. 단기적인 현금 경색을 막기 위해 장기적인 부의 시스템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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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치 리스크 캘린더를 그려라




이 공포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예측하는 것이다.


세금 납부일은 국가가 법으로 정해두었고, 요식업의 비수기 역시 매년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된다.

즉, 이 위기는 갑자기 닥친 재난이 아니라 매년 찾아오는 연례행사다.



찬민과 찬미는 당장 A4 용지를 꺼내 1월부터 12월까지 표를 그려야 한다.



첫째, 매년 고정적으로 목돈이 나가는 달을 붉은색으로 칠한다. 1월과 7월 부가세, 5월 종합소득세 납부의 달이다.
둘째, 찬민의 가게 매출 통계를 분석하여 1년 중 가장 매출이 저조한 두 달을 찾아 파란색으로 칠한다.
셋째, 프리랜서 찬미의 수입이 0원일 가능성을 가정하여 그 파란색 달 위에 겹쳐본다.



색깔이 가장 많이 겹치는 달, 예를 들어 7월이나 8월이 우리 집 경제의 최대 고비가 된다. 적을 눈으로 확인하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대비책을 세울 수 있다. 리스크 캘린더는 막연한 불안감을 정확한 숫자로 바꿔주는 마법의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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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시나리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캘린더가 완성되었다면 이제 부부만의 생존 프로토콜을 결의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달이 다가오면, 두 사람은 약속된 매뉴얼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소비 통제가 우선이다. 위기의 달에는 평소 즐기던 주말 외식, 골프 라운딩, 호캉스 같은 딩크족의 사치성 지출을 전면 중단한다. 생활비를 평소의 절반 수준인 200만 원으로 묶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부족한 현금은 철저히 10화에서 다룰 비상 예비비(버퍼) 통장에서만 꺼내어 쓴다. 절대 투자 중인 주식을 팔거나 보험을 깨지 않는다는 원칙을 사수해야 한다.



장사가 안 되고 수입이 끊기는 것은 사장님의 잘못이 아니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이다.


하지만 그 비수기에 무너져 빚을 지는 것은 철저히 사장님의 무능이다. 리스크 캘린더를 벽에 붙여두고 다가올 파도를 담담히 기다리는 부부만이 변동성을 이기고 부자가 될 수 있다.




Action Plan



달력에 빨간 줄 긋기: 스마트폰이나 탁상달력을 펴고, 세금 납부의 달(1월, 5월, 7월)과 명절 등 고정 지출이 큰 달을 눈에 띄게 표시한다.


부부 합산 최악의 달 찾기: 지난 2년간의 매출 장부를 확인해 가게 매출이 가장 낮았던 달을 찾고, 그 달에 아내의 수입이 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부족한 생활비가 얼마인지 엑셀로 계산한다.


비상 프로토콜 결의안 작성: 위험 달에는 외식비, 여가비, 의류비 지출을 전면 동결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부부가 함께 서명하여 냉장고 문에 붙여둔다.



다음 화 예고:


직장인에게는 퇴직금이 있지만, 사장님에게는 이것이 있다. 폐업이나 압류 시 유일한 동아줄이 되어줄 노란우산공제. 무턱대고 가입하면 손해 보는 이유와 딩크 부부의 소득에 맞춘 똑똑한 납입 전략을 다룬다.




Reference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 위기관리 및 대응 매뉴얼'

국세청, '개인사업자 세무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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