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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용민 James Chung Sep 11. 2017

기업의 사회성이 위기를 관리한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줄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늘고 있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언제부턴가 여론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불과 십여 년 만에 기업을 둘러싼 사회는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소비자들의 불만 찬 목소리는 고객센터의 전화기 속에서만 울리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젠 회장실 책상 위 PC속에서 불타오른다. 누군지 알지 못하는 많은 군중들이 우리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대표와 임원들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내려다 보며 출근을 한다.


최고경영진에 대해 직원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그들 스스로 그대로 듣게 되었는데 이를 소통이라니 죽을 맛이다. 예전에는 리더 스스로 자기 확신과 자신감에 우쭐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 반대가 되 버린 거다. 당연 소통에 대해 반감을 가진 임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업이 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잖아?”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임원은 심지어 20-30년전의 생각으로 돌아가 “제품과 서비스에만 집중하자. 소통은 소모적”이라 강조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공중 대부분은 기업에게 좋은 친구처럼 굴기 까지를 원한다. 항상 겸손하기를 강요한다. 매일 스스로를 돌아보고 잘못에 대해 뉘우치는 성직자가 되는 게 어떠냐 조언한다. 주변을 돌아보고 남들을 도와주어야 그나마 제대로 된 기업이라 평가한다. 모든 기업들도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니 스스로 튀거나 자랑하지 말라 가르친다.


기업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줄고 있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늘어가는 기분이다. 기업에게 한없는 상실감을 주는 사회 환경이 된 것이다. 마치 어린이들에게 엄마들이 이야기 하듯 기업에게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떠들지 말고, 차례차례 줄 서서 유치원 버스를 타야지”하고 잔소리하는 수천만의 엄마들이 나타난 셈이다.


이제 잔소리를 듣지 않는 기업에겐 위기가 고질적으로 생겨나는 시대가 되었다.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온라인 환경에서는 매일 여러 기업들이 변덕스러운 수많은 공중들의 제물이 되고 있다. 해당 기업이 어떤 해명과 변명을 해 정상참작을 요구해도 승리하기 어려운 여론의 재판이 매일 열리는 것이다. 부화뇌동하는 소통에 반대하면서 귀를 막고 눈을 가려 보아도 피부에 와 닿는 여론의 파장은 기업 임원들과 직원들에게는 고통이다.


온라인 공중들과 맞서 싸우는 기업 대표들이 하나 둘 나타난 게 이런 환경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 아닌가 한다.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매니저들과 임원들이 온라인을 통해 오히려 성난 고객들과 말싸움을 이어가기도 한다. 법적으로 대응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경고들이 이미 기업들의 위기관리 메시지에 담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언론에게도 함부로 이런 이야기들이나 루머를 기사화 하면 대응하겠다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일부 대응 방식이 상당부분 새로운 것이면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 여론은 원래 변덕스럽고 뇌화부동하며 휘발성이 있다. 아직까지 그러한 여론이 A라는 성향을 띠면 B를 해야 하고, C같은 성향이 보이면 필히 D로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이나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아마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다고 기업 입장에서는 매일 열리는 여론의 법정에 끌려 다니면서도 여론이란 그런 것이라 체념하거나 대응 하지 않는 것도 전략적인 대응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여론 환경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대응 전략은 기업 스스로 ‘훌륭한 사회성’을 형성하는 것뿐이다. 기업의 오너부터 일선 직원들까지 제대로 형성된 사회성을 공유 해 기업의 문화와 체질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전 어떤 기업에게 ‘고객은 왕이다’라는 액자 속 서비스 철학이 있었다면 이젠 구체적으로 왕의 종류는 어떤 유형이 있고, 각각의 왕에게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 해야 하는지, 그들과는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를 직원들과 정확히 공유하는 노력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생각이 실행으로 연결되는 체득이 사회성의 중심인 셈이다.


사회적으로 공분이 생겨나는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구성원 모두는 어떤 생각으로 어떤 입장을 정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예전 그 결정의 핵심적 기반이 최고경영진의 ‘개인적 감정이나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그 기반은 ‘훌륭한 사회성’ 그 자체로 대체되어야 한다. 기업 구성원 모두가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는 공유된 사회성을 가진다면 새로운 위기관리 환경은 현재보다는 덜 어렵게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기업이 훌륭한 사회성을 갖춘다는 것이 말보다 간단한 것은 물론 아니다. 이와 함께 가능하다면 다음과 같은 지원 체계들을 갖추는 것이 좀더 현실적 대응들이 될 것이다. 


가장 먼저, 최고경영진들이 스스로 사회성을 좀더 강화하고 새롭게 하기 위해 온라인 여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배움이 있어야 한다. 일부 연로한 최고경영진의 경우 개인적으로 온라인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는데, 이를 기업 차원에서 필히 교정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 언론에 대해 가지는 임원들의 똑같은 편견이나 거부감을 교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평소 정기 온라인 여론 모니터링을 통해 새로운 여론의 움직임과 타사들의 위기사례들에 대해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공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둘째, 온라인 여론과 충돌하는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법률 및 여론 자문그룹과 평소 관계를 맺어 둘 필요가 있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법률과 여론 자문들에게 제3자적 시각에서 자사가 전략적 입장을 정할 수 있는 조언을 받는 것이다. 이는 기존 최고경영진의 감정과 생각에만 의존하던 위기관리 기조 정리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다. 현재와 같이 여러 가변적 여론상황이 복잡하게 진화 발전하는 휘발성 짙은 환경에서 당사자 이외의 전문적 제3자들의 판단을 참고한다는 것은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서는 이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온라인상에서 들 끊는 여론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경험 많은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와 메시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그룹의 일선 커뮤니케이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에서는 위기 시 최고경영자가 직접 대응 문구를 감정적으로 작성한다거나, 광고대행사에게 의뢰해 현란한 수사적 문구를 릴리즈 하거나, 실무자들의 공감 없는 사무적 메시징을 가지고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 하는데 이는 상당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종종 이러한 실행은 온라인 설화(舌禍)를 일으켜 실제 위기 외에도 불필요한 위기들을 새롭게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위기 시 지속적으로 전사적 구성원들이 온라인상 여론을 모니터링하고 센싱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함부로 실행되는 개인적인 개입도 물론 자제해야 한다. 현재 실제적으로 자사 앞에 어떤 여론 환경이 펼쳐지고 있는지 꾸준히 바라보고 판단해 필요 시 새로운 의사결정을 추진해야 한다. 기업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시각을 가지고 온라인 여론과 어느 정도 ‘공감’할 수만 있어도 위기관리에 참담한 실패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년 성공적으로 성장해 온 기업에게 훌륭한 사회성을 지녀라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참 우습고 무례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한 지금의 여론 환경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그러한 전략적 주문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사회성이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 할 정도가 되었다. 어떤 기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하는 가 여부에 성패가 갈리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를 위해 노력하는 가 하지 않는 가는 선택의 문제가 이미 아니라는 의미다. 누가 빨리 더 나은 사회성을 키워 공유하는 가에 따라 기업의 영속성과 성장 가능성이 갈리는 새로운 세상이 되어 버렸다는 어찌 보면 참 아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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