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6: 증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
사건번호: 2035가합12847
원고: 신세틱 링크 피해자 공동소송단 외 3,847인
피고: 칼릭스 주식회사
제7차 변론기일 증인신문조서
일시: 2035년 9월 15일 오후 2시
장소: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5호 법정
원고측 모두진술
원고측 수석변호인 정태호
재판장님.
2031년 11월 15일 오후 3시 47분.
대한민국 상공 4,200미터에서 한 명의 청년이 추락사했습니다.
스카이다이빙 크리에이터 '하늘사나이' 박정훈 씨.
그의 낙하산은 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진정한 비극은 박정훈 씨 한 명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32,847명의 시청자가 피고 칼릭스 주식회사의 '신세틱 링크' 서비스를 통해 그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11초.
서버가 차단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그 11초 동안, 3만 2천여 명의 사람들은 죽어가는 사람의 공포를, 절망을, 고통을 자신의 뇌로 직접 경험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3,847명의 원고는 그날 이후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공황장애.
수면장애.
그리고 임산부였던 원고의 경우, 태아에게까지 피해가 전이되었습니다.
피고 칼릭스는 이러한 위험을 알고 있었습니까?
대규모 동시접속 중 송신자 사고 시 수만 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습니까?
저희는 오늘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피고의 과실과 책임을 입증하고자 합니다.
증인 1: 박영희 (58세, 주부)
원고측 변호인: 증인은 2031년 11월 15일 어디에 계셨습니까?
증인: 집에 있었습니다. 거실에서 링크로 방송을 보고 있었어요.
원고측: 어떤 방송이었습니까?
증인: 스카이다이빙 생방송이요. 그 사람... 이름이 기억 안 나는데, 유명한 크리에이터였어요.
원고측: 그날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증인: (침묵)
떨어졌어요. 낙하산이 안 펴졌대요.
저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땅이 다가오는 게 보였어요.
제 눈으로요.
원고측: 연결을 끊으려 하셨습니까?
증인: 했죠. 근데 몸이 안 움직였어요.
굳어버렸어요. 그냥...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느꼈어요. 전부.
(증인 눈물)
원고측: 그 후 어떻게 되셨습니까?
증인: 4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악몽을 꿔요.
떨어지는 꿈이요. 매일.
수면제 없이는 못 자요.
남편한테는 말 못 해요. 창피해서.
방송 본 것뿐인데 이렇게 됐다는 게...
피고측 변호인: 증인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신세틱 링크 서비스 이용 시 동의하신 약관에
'감각 공유 중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해
이용자 본인이 위험을 인지하고 수용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 내용을 읽고 동의하셨습니까?
증인: ...네. 근데 그게 이런 뜻인 줄은 몰랐어요.
피고측: 약관에 동의하셨다는 거죠?
증인: ...네.
증인 2: 김지은 (36세, 前 감정 크리에이터)
원고측 변호인: 증인은 피고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셨습니까?
증인: 네. 2029년부터요.
원고측: 크리에이터로 활동하셨다고요?
증인: 네. 남편이랑 같이 채널을 운영했어요. '리얼패밀리'라는 이름으로.
원고측: 2031년 11월 15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증인: 그날 저도 그 방송을 봤어요.
스카이다이빙 사고요. 임신 32주였는데...
조기진통이 왔어요. 응급실에 실려갔고요.
원고측: 아이에게 영향이 있었습니까?
증인: (긴 침묵)
네.
원고측: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증인: 제 딸... 소은이는 태어날 때부터 달랐어요.
다른 사람 감정을 느껴요. 직접.
제가 슬프면 같이 울고, 제가 불안하면 같이 불안해하고.
처음엔 예민한 아이인 줄 알았어요.
(증인 목소리 떨림)
나중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어요.
제 몸에 있던 나노봇이... 뱃속에서 아이한테 옮겨갔더라고요.
시술받은 적 없는 아이한테요.
원고측: 피고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까?
증인: 병원을 통해 협조 요청을 했어요.
응답이 없었어요.
나중에 회사 측에서 저한테 연락이 왔는데...
조용히 하면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어요.
피고측: 이의 있습니다. 증거 없는 주장입니다.
원고측: 증인에게 당시 통화를 녹음한 파일이 있습니다.
증거로 제출하겠습니다.
재판장: 받아들입니다. 계속하세요.
증인: 저는 거절했어요.
채널도 접었어요.
제 딸을 팔 순 없으니까요.
원고측: 현재 따님 상태는 어떻습니까?
증인: (눈물)
올해 네 살이에요.
유치원 못 가요. 아이들 많으면 패닉이 와요.
모든 감정이 다 들어오니까...
집에서 저랑 둘이 있어요. 조용히.
저도 링크 끊었어요. 완전히.
그래도 소은이는... 끊을 수가 없어요.
태어날 때부터 연결돼 있으니까.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해요.
제가 그렇게 만든 거예요.
(증인 울음)
증인 3: 마이클 강 (38세, 칼릭스 주식회사 대표이사)
원고측 변호인: 증인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맞습니까?
증인: 네, 맞습니다.
원고측: 2031년 11월 15일 사고 당시 대표이사직에 계셨습니까?
증인: 네.
원고측: 사고 발생 후 회사 차원의 대응은 어떻게 이루어졌습니까?
증인: 즉시 서버를 차단했고,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습니다.
심리상담 비용 지원, 치료비 일부 보조 등을 시행했습니다.
원고측: '일부 보조'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입니까?
증인: 1인당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했습니다.
원고측: 원고 측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평균 치료비는
4년간 약 3,200만 원입니다. 500만 원으로 충분했다고 보십니까?
증인: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원고측: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피고 측 법률 대리인은 법무법인 정상입니다. 맞습니까?
증인: 네.
원고측: 법무법인 정상의 고문은 전직 대법관이고,
수석 파트너는 전직 서울고검 차장검사입니다. 맞습니까?
피고측 변호인: 이의 있습니다. 본 소송과 관련 없는 질문입니다.
재판장: 원고측, 질문의 취지를 설명하세요.
원고측: 피고 측의 소송 전략과 관련이 있습니다.
재판장: 계속하세요.
원고측: 피고 측 변호인단은 총 몇 명입니까?
증인: ...정확히는 모릅니다.
원고측: 열두 명입니다. 제가 확인했습니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세 명입니다. 공익법센터 소속이고요.
피고 회사는 이 소송에 연간 얼마를 쓰고 있습니까?
증인: 구체적인 수치는 제가 답변드리기 어렵습니다.
원고측: 대략적으로라도요. 수억 원? 수십억 원?
피고측: 이의 있습니다. 증인에게 추측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재판장: 인정합니다.
원고측: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이 소송이 시작된 게 2032년입니다. 3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피고 측에서 감정인 교체를 신청한 횟수가 몇 번입니까?
증인: ...정확히는 모릅니다.
원고측: 두 번입니다.
관할권 이전 신청은요?
증인: ...
원고측: 한 번입니다. 기각됐지만요.
증거 추가 제출 요청으로 기일이 연기된 횟수는요?
증인: ...
원고측: 네 번입니다.
이 모든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원고 중 이미 147명이 소송을 포기했습니다.
사망한 분도 23명 계십니다.
피고 회사는 이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증인: ...구체적인 숫자는 몰랐습니다.
원고측: 그러시겠죠.
질문하겠습니다.
피고 회사의 소송 전략은
이 재판을 최대한 오래 끄는 것 아닙니까?
피고측: 이의 있습니다. 모욕적인 질문입니다.
원고측: 철회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여쭤보겠습니다.
만약 피고 회사가 지금 즉시 합의한다면,
예상 배상액이 얼마라고 보십니까?
증인: ...그건 가정에 근거한 질문입니다.
원고측: 가정해보시죠.
원고 3,847명. 1인당 평균 청구액 2억 원.
전액 인정 시 약 7,700억 원입니다.
5년 후에 합의하면요?
그때 남아있을 원고가 몇 명일까요?
피고측: 이의 있습니다!
재판장: 원고측 변호인, 질문을 정리하세요.
원고측: 재판장님.
저는 지금 피고 측이 시간을 무기로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겁니다.
원고들의 평균 연령은 47세입니다.
PTSD 중증 환자가 34%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중단한 분이 41%입니다.
매년 수백 명씩 포기하거나, 아프거나, 죽고 있습니다.
피고 회사는 그걸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끝까지 버티면 배상액이 줄어드니까요.
이게 피고 회사의 전략 아닙니까?
(법정 술렁임)
피고측: 재판장님, 강력히 항의합니다.
재판장: 원고측 변호인, 질문으로 하세요.
원고측: 질문하겠습니다.
증인은 이 재판이 얼마나 더 걸릴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증인: ...저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서—
원고측: 5년? 10년?
그때까지 이 자리에 계신 원고 중 몇 분이나 살아계실까요?
피고측: 이의 있습니다!
재판장: 인정합니다. 원고측, 마지막 경고입니다.
원고측: ...알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피고 회사는 증인 2의 자녀, 김소은 양에게
별도의 합의를 제안한 적이 있습니까?
증인: ...
원고측: 비밀유지각서를 조건으로,
상당한 금액의 합의금을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증인: 그것은 회사 법무팀에서 진행한 일이라—
원고측: 알고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증인: ...사안이 민감하다는 보고는 받았습니다.
원고측: 민감하다.
네 살짜리 아이가 평생 타인의 감정을 수신하며 살아야 하는 것을
'민감하다'고 표현하시는 겁니까?
(침묵)
원고측: 피고 회사가 김소은 양 건에 별도 합의를 시도한 이유는 뭡니까?
이 사례가 알려지면 곤란하기 때문 아닙니까?
피고측: 이의 있습니다!
원고측: 태어나기도 전에 피해자가 된 아이.
이게 공론화되면 여론이 어떻게 될지 피고 회사도 알고 있는 거죠?
피고측: 재판장님!
재판장: 원고측 변호인, 질문이 아닌 진술은 삼가세요.
원고측: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증인.
피고 회사는 이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긴 침묵)
증인: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시다가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유감을 표합니다.
원고측: '사과'가 아니라 '유감'입니까.
피고측: 이의—
원고측: (끊으며) 더 이상 질문 없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
사건번호: 2035가합12847
제8차 변론기일
일시: 2035년 10월 6일 오후 2시
피고측 변호인:
재판장님.
피고 측은 새로운 감정인 선임을 신청합니다.
원고 측이 제출한 의료 기록에 대해
신경과학 분야 전문가의 추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또한 나노봇 기술 관련 공학 감정인도 추가로 필요합니다.
원고측 변호인: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이미 두 차례 감정인 교체가 있었습니다.
피고 측은 명백히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피고측:
기술적 사안이 복잡합니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필요한 절차입니다.
재판장:
...피고 측 신청을 받아들입니다.
새로운 감정인 선정을 위해 다음 기일은 2036년 1월로 연기합니다.
원고측:
재판장님!
재판장:
원고 측 의견은 기록에 남기겠습니다.
오늘 변론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방청석 술렁임)
(원고 측 한 명이 일어서며)
원고 A: 3년을 기다렸어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재판장: 정숙해 주세요.
원고 A: 저 사람들 월급 받으면서 버티면 되잖아요!
우리는 치료비도 없어서—
(다른 원고들이 원고 A를 부축하며 데려감)
(법정 정리)
다음 기일: 2036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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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차 변론기일 - 감정인 신문
일시: 2036년 5월 20일 오후 2시
감정인: 한정우 (62세, 신경과학 교수)
피고측 변호인: 감정인께서는 원고들의 의료 기록을 검토하셨습니다.
소견을 말씀해주시죠.
감정인: 네.
원고들이 호소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은 확인됩니다.
다만, 이것이 전적으로 2031년 11월 15일 사건에 기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피고측: 그 이유를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감정인: PTSD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유전적 소인, 과거 트라우마 경험, 사회적 지지체계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원고들 중 상당수가 사건 이전에도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병력이 있었습니다.
피고측: 사건과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감정인: 기여 요인 중 하나일 수는 있으나,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원고측 변호인: 감정인께 질문하겠습니다.
감정인께서는 칼릭스 주식회사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적이 있으십니까?
감정인: ...학술 연구 지원금을 받은 적은 있습니다.
원고측: 총 얼마입니까?
감정인: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원고측: 제가 확인한 바로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총 12억 원입니다. 맞습니까?
피고측: 이의 있습니다. 감정인의 학술 활동과 본 소송은 무관합니다.
재판장: 기각합니다. 감정인은 답변하세요.
감정인: ...대략 그 정도일 겁니다.
원고측: 감정인께서는 2029년 칼릭스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신세틱 링크의 부작용은 과장되었다"라는 제목의 발표를 하셨습니다.
기억하십니까?
감정인: ...기억합니다.
원고측: 객관적인 감정이 가능하시겠습니까?
피고측: 이의 있습니다!
재판장: 원고측, 질문을 바꾸세요.
원고측: 알겠습니다.
감정인께서는 3만 2천 명이 동시에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사례를
의학 문헌에서 본 적이 있으십니까?
감정인: ...없습니다.
원고측: 그렇다면 이 사건을 기존의 PTSD 연구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합니까?
감정인: 하지만 진단 기준은—
원고측: 없다고 하셨습니다.
전례가 없는 사건을 전례 있는 기준으로 평가하고 계신 겁니다.
피고측: 이의 있습니다. 감정인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재판장: 인정합니다. 원고측, 주의하세요.
원고측: ...더 이상 질문 없습니다.
(방청석 한 쪽에서 낮은 울음소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
사건번호: 2035가합12847
[2039년 4월 12일 - 제47차 변론기일]
원고 현황:
최초 원고: 3,847명
현재 원고: 1,847명
사망: 412명
소송 포기: 1,588명
원고측 변호인단: 4차 교체 (現 공익법센터)
피고측: 신규 감정인 신청으로 재차 기일 연기
다음 기일: 2039년 7월 8일
[별건]
사건번호: 2037가단28847
원고: 김지은, 김진수 (법정대리인)
피고: 칼릭스 주식회사
피고측, 3차 조정안 제시.
원고측 거부.
"우리 딸은 상품이 아닙니다."
— 김지은, 법정 퇴장 시
[2039년 4월 12일 저녁 - 서울 어딘가]
소은, 8세.
오늘도 학교에 가지 못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