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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비 리즈 Feb 07. 2023

짧은 대화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어요?

늦은 밤 카톡이다. 아무래도 잠 못 드는 누군가가 있는가 보다.

예전에 상담에서 내담자로 만났지만, 상담 종결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A다.

애정을 과시하는 사진이 별그램에 게시된 것을 알고 있었기에 늦은 시간 카톡에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겼나?'라는 생각이 든다.


"쌤~~ 자요?" 

"아니. 늦은 밤 안 자고 왠 카톡?"


"쌤~ 질문 있어요"

"무슨?"


"쌤~~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어요?"

"유통기한은 있지"


"얼마 나요?"

"두 사람이 정하는 거라 사람마다 다르지. 두 사람이 끝이라고 하는 그때가 끝이지 않을까?"


한참 답이 없다.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두 사람의 노력에 의해 유통기한은 달라질 수 있으니 희망적이지 않아?


여전히 답이 없다. 생각이 많은가 보다. 

며칠이 지난 뒤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쌤~"하며 나타나겠지.


녀석은 알까?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사랑을 하면서 고비가 왜 없겠어.

두 사람이 이해함으로 풀어가고, 용서함으로 품게 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닮아가며 그렇게 유통기한을 늘려가는 것이다. 정해져 있지 않는 사랑의 유통기한은 두 사람이 관계를 형성해 가면서 하루하루가 늘어나고 그 안에서 깊이 있게 형성된다. 

처음엔 실온에서 보관하고 신선함을 유지하고자 냉장실로 옮겨지고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어지거나 냉동실로 자리를 옮겨 조금 더 그 기간을 늘리는 것처럼 식료품 하나에도 정성을 들이는데, 사랑인데 그 이상의 정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오늘 사랑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무엇을 해볼까?

주말부부인 남편에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잘 자요"라는 인사라도 전해야겠다.

센스 없는 남편의 "왜 이래~"라는 다소 무뚝뚝한 표현이 없길 기대하며...

 


p.s 두 사람이 끝이라고 하면 유통기한에 이른 거지만, 관계의 종결을 인정하는 시점이 다르다면 사용기한을 붙들며 그렇게 살아가기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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