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어떻게 한국 드라마 시장을 장악했나

by 비단PD

내가 방송국 14년, 드라마 제작사 2년간 콘텐츠 업계의 갑과 을을 모두 경험하며 콘텐츠업계의 격동기를 몸소 체험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내가 겪은 2010년 이후의 한류 콘텐츠의 위상과 유통 차원에서의 콘텐츠업계를 바라보자면 몇번의 굵직한 변화가 있었다. 한류 콘텐츠가 일본에서만 터지던 것이, 동남아를 비롯해 중국시장이 열리게 되었고, 한한령으로 중국 시장이 막혀서 비상이 오려던 그때 넷플릭스로 인해 글로벌 시장이 열리게 되었다. 그만큼 제작비 조달 측면에서도 해외 유통은 부가수익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 국내보다 해외가 더 주요한 수익원이 되었다.

그렇다면 플랫폼 차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미디어 업계 플랫폼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뽑으라면 이렇다.

1. 스마트폰의 대중화

2. 넷플릭스의 등장

3. Youtube의 등장


오늘은 이 중에서도 근 10년 안에 방송 드라마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넷플릭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넷플릭스는 어떻게 한국 시장을 장악했나?


넷플릭스가 처음에 한국에 들어왔을때는 영향력이 미미했다. 방송국들도 딱히 위협감을 느끼지 않았다.

넷플릭스에서는 이 시기에 좋은 콘텐츠를 넣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지만, 방송국들은 자신들의 방송 편성이 우선일뿐 좋은 콘텐츠를 줄 생각이 없었고, 본인들이 편성하기 애매한 것들만 팔려고 하는 것이 많았다.

내가 SBS콘텐츠허브에 재직중일 때도 초창기에 웹드라마 하나를 넷플릭스에 제공했던거 같고 그저 구작이나 팔려고 협의하는 플랫폼 중 하나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포스터

넷플릭스는 좋은 콘텐츠를 수급하기 위해서 승부수를 띄울 수 밖에 없었고 방송사나 제작사에 가장 큰 경쟁력으로 내세운 게 ‘돈’이었다. 2019년 김은희 작가, 주지훈 배우 이런 유명 제작진과 높은 제작비를 들여 만든 [킹덤]이 대성공을 거두고 그 당시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크게 이익을 봤다는 얘기가 돌며 방송국들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넷플릭스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제작사와 방송국 입장에서는 넷플릭스가 돈도 많이 주니까 크게 남겨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여태까지 나라별 판권을 쪼개서 팔기도 힘들었는데, 특히 제작사 입장에서는 방송사가 아니면 그렇게 여러 나라에 판권을 팔 엄두가 안났었는데 넷플릭스와 계약을 하면 전세계 판권을 한꺼번에 딜 할 수 있다 보니 굳이 인색하게 수익을 주는 방송국보다 넷플릭스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때부터 괜찮은 콘텐츠들이 점점 넷플릭스에 가게 되었고, 오히려 방송국에서 다루지 못한 자극적인 소재들을 다룰 수 있는 면이 장점으로 부각되어 히트작이 나오기 시작했다. 2020년 [인간수업], [스위트홈]이 성공을 거뒀고, 2021년부터 드디어 지금의 아성을 차지하게 된다. [D.P], [오징어게임], [마이네임], [지옥]이 연이어 터지며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넷플릭스는 히트작들을 바탕으로 한국 가입자수도 급증하게 되었고 이제는 완벽하게 전세가 역전되어 방송사들, 제작사들 할 것 없이 모두가 넷플릭스에 작품을 넣기 위해 구애를 하게 되었다. 배우들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뿐만 아니라, 방송사 드라마를 선택할때도 그 작품이 넷플릭스에 들어가는지 안 들어가는지가 그 작품을 선택하는 변수가 되었다.

넷플릭스가 갑이 되자 넷플릭스는 한국 방송사들과 제작사들을 통제하게 된다. 배우의 몸값을 높이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던 넷플릭스가 이제는 배우 출연료가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배우 출연료를 낮추지 못하면 편성을 시키지 않겠다고 하고, 제작사 마진도 이전에 비하여 점점 줄여갔다.


나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장악해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 어릴 적 읽었던 ‘원숭이 꽃신’이란 동화가 떠오른다. 원숭이에게 무료로 꽃신을 선물로 주고 이제는 더 이상 꽃신 없이 맨발로 다니기 어려워졌을때 꽃신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그 비용을 점점 높여가서 이제 꽃신의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이야기이다. 처음엔 제작비를 많이 준다고 다들 넷플릭스로 몰리며 점점 제작비를 높여갔고 이제는 높아진 제작비를 감당하려면 이전 넷플릭스가 없던 시절처럼 각 국가별로 팔아서는 제작비를 리쿱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넷플릭스 없이는 한국 콘텐츠가 돌아가기 힘든 시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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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문제는 넷플릭스에 공급되는 신작의 경우 대체로 전세계 서비스 조건으로 팔다 보니 IP도 넘어가다시피 되었다. 프랑스나 미국과 같은 자국 IP를 보호할수 있는 법적 조치가 국내에는 없다보니 넷플릭스에 ‘N’자가 붙어서 나가는 콘텐츠들은 전세계적으로 아무리 히트를 하여도 넷플릭스가 약 10년이상을 핸들링 하기 때문에 한국 방송사나 제작사가 뭔가 사업적으로 IP를 활용해 확장하고 새로 해볼만한 사업적 기회의 시의성을 놓치게 된다.


나 역시 내가 만드는 콘텐츠가 넷플릭스가 들어가길 간절히 원하지만, 마음 한편으로 씁쓸한게 사실이다.

정부에서 국내 회사들이 IP를 뺏기지 않게 콘텐츠 법적 보호 조치를 만들어주길 바래 본다.


<미리 구독해주시면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 업계 얘기 남겨 두겠습니다>

- 비단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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