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

by 박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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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계절 잃고 끝내 못 피운 제비꽃 한 송이

길 가다 마주쳤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제비꽃 한 송이 그게 뭐라고

가던 길 뒤로 한 채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나만의 언어로

바람에 실어 보내며 속삭였지요.


혹시라도 살아갈 힘 남아있다면

해바라기도 지치는 한여름도 좋고

코스모스 살랑이는 가을도 좋으니

보잘것없게라도 피워주련!


섧도록 그리운 나의 그 사람!

지키지 못한 채 때 지난 약속,

부치지도 못한 서랍 속 편지,

채 닿지 못한 채 어디선가 침몰했을 종이배까지.


못다 한 마음들이

그래도 언젠가, 그래도 어디에선가

네가 보잘것없게 피워만 준다면

그 사람에게 닿을 것만 같거든.


혹시나 후에

한여름 뙤약볕에 포기하고 싶거든


네가 꽃피우길 간절히 기도하는 한사람

여기 있다고 용기 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