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UTE TO IMPACT 07. MGRV X 부동산 디벨로퍼
루트임팩트는 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일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커리어의 출발선에 있는 사람은 물론, 이미 커리어 여정 한가운데 있는 사람일지라도 매일의 업무 속에서 그 의미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A ROUTE TO IMPACT>는 어떠한 경험과 역량, 전문성이 임팩트와 커리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단단하게 연결해 주는지 소개합니다. 우리의 일이 임팩트를 만들고, 그 임팩트를 통해 우리의 커리어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임팩트 커리어를 통한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
서울이나 그 근교에서만 살던 제게, 대학에서 만난 타 지역 출신 친구들은 새로운 문화를 보여줬습니다. 다른 가족 없이 “혼자 사는 것"이었습니다.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해리포터나 시트콤에서 보던 기숙사, 하숙집 등에 살았죠. 친구들을 만나면 지난밤 기숙사에서 겪었던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제가 막차를 타러 달려갈 때 여유 있게 집으로 걸어갔고, 친구들과 좀 더 놀고 싶을 땐 자취방을 내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일찍 독립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 살지 않아도 되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요.
우리나라는 작년을 기준으로 111만 명의 20대가 혼자 살고 있습니다(출처: 2019년 인구주택 총조사). 그리고 대학 생활을 조금만 하다 보면 이들의 독립이 재밌지만은 않다는 걸 금세 깨닫게 됩니다. 기숙사에 탈락하거나, 조건이 맞는 자취방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게 되죠.
사회 초년생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원룸, 고시원 등 방이 하나뿐인 단칸방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 지역 1인 청년 가구의 주거 빈곤율은 2015년 기준 37%에 달합니다. 주거 빈곤이란, 단칸방 중에서도 주거 기본법의 최저 주거 기준 면적 14㎡(4.2평)에 미달하거나 비닐하우스, 고시원, 지하/반지하, 옥상/옥탑에 거주하는 등의 어려움을 말합니다.
대학가에 원룸이 많은 건 장사가 잘 되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많으니 공급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죠. 문제는 장사를 위해 무리하게 공급을 늘리는 데서 비롯됩니다. 2가구가 살 수 있는 빌라를 불법으로 개조해서 6가구가 살 수 있는 원룸으로 바꾸는 식이죠. 가뜩이나 좁은 공간을 최근엔 이른바 풀옵션으로 만드는 게 유행하면서 더 좁아지고, 작은 빌라에 수십 개의 계량기와 우편함이 붙기도 합니다. 불법으로 쪼개 둔 집이다 보니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위험에 놓이게 되고요.
주거 빈곤의 어려움이 이렇듯 내가 점유하는 공간의 크기나 그에 대한 법적 권리가 작아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사정은 다르겠지만, 혼자 사는 것은 보통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합니다. 학교나 일터가 본가와 멀어지는 게 대표적인 계기이죠. 나를 보호해 주던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홀로 서는 과정에서 1인 가구가 되는 것이지, 정말 혼자를 원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청년 1인 가구는 주변과 분리되어 정말 혼자가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좁은 곳에 여러 명이 밀집해서 사는 주거 빈곤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더욱 큽니다. 집은 그저 잠을 자거나 물건을 보관하는 곳이 되고, 독립은 고립이 됩니다.
공유 주거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주거비를 절감하는 게 기본 목적이지만, 정서적 안정감을 얻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데도 뜻을 둡니다.
집은 안식처의 역할을 합니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인 내가 되어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죠. 이는 안락한 공간과 가구 때문이기도 하지만, 함께 있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할 때, 안정감은 올라갑니다. 거실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방문을 닫고 있더라도 그 안정감은 유지되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안락하고 (많은 원룸에 비해) 넓은 거실을 누리며, 면적당 주거비를 상대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공유 주거”. 어느새 서울에만 3,500여 곳의 공유 주택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체 1인 가구 규모에 비하면 아직 작은 수이긴 하지만, 더 이상 새로운 주거 형태라고 할 수는 없죠. 새로울 것이 없는 만큼, 공유 주거 역시 실상은 다른 주거 빈곤과 크게 다를 바 없게 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MGRV는 공유 주거의 본질적인 가치를 지키며, 도심 속 밀레니얼 1인 가구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맹그로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싼값에 잘 수 있는 고립된 공간을 양산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인 교류와 영감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입주민이 적절한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며 건강한 일상을 살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렇게 충만한 독립생활을 하는 청년이 많아지는 모습이 바로 MGRV가 추구하는 임팩트입니다.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랍니다. 초등학생들의 꿈은 건물주고,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이 나오고, 2020년 6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52조 원입니다(제1,2 금융권 합산, 출처: 금융감독원). 1/4분기 국가 총부채가 4,685조 원인데요, 그중 10%에 달하네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부동산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서 투자하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해왔습니다.
MZ 세대는 집과 부동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른 편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이미 너무 많이 올라 어차피 열심히 모아도 집을 사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도 하고, 세대적인 분위기나 가치관도 부동산에 고액 투자를 하기 위해 무리해서 현재를 희생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경향 때문에도, 사지 않고 적정 기간 빌리는 공유 주거는 MZ 세대 사회 초년생의 새로운 주거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유 주택도 원룸도 고시원도 모두 부동산입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청년에게는 “부동산 불패”가 남의 이야기겠지만, 그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은 여전히 현실이 되길 바라는 신화입니다. 투자 가치 없는 부동산은 쓸모없는 자산입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집을 진정한 안식처로 삼을 수 있는지 아닌지는 투자 가치와 연결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동산으로 임팩트를 내는 일은 어렵습니다. 물론 모든 임팩트 비즈니스가 어렵지만, 잘 설계된 임팩트 비즈니스는 임팩트(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재무적 가치)가 서로 부딪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의 성장이 곧 임팩트를 내는 것이고, 투자자는 임팩트 비즈니스에서의 수익률을 다른 투자 대안과 비교하여 평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비즈니스든 실패할 가능성이 있고, 모든 비즈니스의 기대수익률은 서로 다르니까요.
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다릅니다. 부동산 불패라는 기대가 있으니까요. 부동산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부동산 불패를 포기한다는 말이 되고, 불패할 수 있는 투자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임팩트 투자가, 부동산에서는 더 어려워지는 것이죠.
그래서 부동산으로 임팩트를 내려면 건물주(토지주) 또는 투자자의 마음을 잡아야 합니다. 좋은 일이라는 의미 부여로 따뜻한 마음을 잡는 게 아니라, 그들의 부동산 불패라는 기대를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숫자로 보여줘야 하는 거죠. 그냥 싸게 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 순진하고, 한 번은 성공할지 몰라도 지속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요즘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억 원을 넘는 건 다반사입니다. 공유 주택을 보통의 아파트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부동산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큰돈이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부동산 비즈니스를 내 돈으로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대형 건설사도 남의 돈을 빌리고, 분양이라는 이름으로 고객의 돈을 미리 받아 사업을 합니다. 최근에는 더 다양한 형태로 부동산 비즈니스 자금을 마련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부동산 펀드입니다. 10억짜리 아파트에 투자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10억 원을 만드는 것이죠. 투자 이익은 다시 나눠 갖고요.
공유 주거에 이용할 새로운 부동산을 찾고, 공유 주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관리할 구조를 짜고, 건물주 또는 투자자가 만족할만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 마음을 얻고, 이를 허가할 공무원과 여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일. 언뜻 보기에 임팩트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반대로 정말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MGRV는 스스로를 “임팩트 디벨로퍼”라 칭합니다. 단순히 공유 주택 운영사가 아니라는 뜻이죠. 부동산으로 임팩트를 내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임팩트를 지향하는 (임팩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디벨로퍼의 존재가 중요하고, 개발과 운영이 잘 연결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둘이 잘 연결될 때, 공유 주거 임팩트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MGRV의 채용공고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 및 사업관리 매니저는 정말 다재다능해야 합니다.
재무(사업성 검토, 사업 구조 수립), 법률(법적 규제 검토 및 적정 대응 방안 모색) 및 대외협력(클라이언트 커뮤니케이션, 인허가 수행), 그밖에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할 줄 아는 등 다양한 역량을 갖춰야 하죠. 우대 조건으로는 공유 주거, 부동산, 관련 금융 등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들고 있습니다.
부동산 디벨로퍼가 아니더라도 사업개발 담당자는 다양한 역량을 골고루 갖춰야 합니다. 가만히 있는 걸 건드려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면, 이를 둘러싼 재무, 법률, 사람 등 많은 문제를 잘 파악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각각의 영역을 조금씩이라도 경험할 시간이 필요하고, 처음부터 이런 일을 잘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인라이튼 사업기획/개발과 같이 간혹 신입을 채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무, 법률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부동산 디벨로퍼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핵심을 꼽아보자면, 기회를 발굴하고 최종 성사까지 갈 수 있도록 프로젝트 전반을 잘 관리하는 일입니다. 각 분야에 관련된 전문 역량은 그 과정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것이죠.
사업개발은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일입니다. 발굴, 즉 숨어있는 보물을 찾아내려면 To do List의 하나로 찾는 일을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늘 찾고 있는 상태”여야 하죠. 물론 24시간 찾는 일을 할 수는 없지만, 늘 관심을 갖고 관찰하며 인사이트를 얻으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MGRV 채용공고에는 우대 조건이지만, 주니어라면 공유 주거 시장과 청년 고객,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좋은 부동산 디벨로퍼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MGRV는 부동산 개발 및 사업관리 등 유사 경력 5년 이상의 지원자를 찾습니다. 다음 커리어로 부동산 디벨로퍼를 생각하고 있다면, 어떤 준비가 유사 경력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좋겠죠.
먼저, 공유 주거나 부동산 관련 일이라면 무엇이든, 디벨로퍼가 알아야 할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쌓을 수 있을 겁니다. 직무 성격상 관련 없어 보이는 커뮤니티 매니저도, 보통의 사업개발 직무 경험으로는 가질 수 없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물론, 그 일을 하는 동안은 상당히 다른 역량을 요하긴 하지만요.)
기회를 발굴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리서치나 컨설팅 경험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작은 프로젝트를 직접 관리해본 경험도 좋겠죠. 이해가 충돌하는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은 성향이나 역량만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직접 경험해봐야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좋은 도구가 되는 재무와 법률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수도 있을 텐데요. 문제는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재무와 법률 담당자로 5년 이내의 경력을 쌓는 중에 사업성이나 법적 규제를 검토하는 일을 충분한 수준으로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에서 전문적인 경험을 하지 않는 이상은요.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하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야겠죠. 또한 업무가 잘게 쪼개져있는 대기업보다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짧은 기간 동안 사업성 검토 등의 어려운 일을 해볼 기회를 얻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경영지원 업무도 병행해야 하니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계속 부동산 산업에 있을 게 아니라면, 디벨로퍼는 다른 산업의 사업개발이나 경영전략 담당자로 커리어를 전환해볼 수 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에는 “사업개발”이 필요합니다. 시작할 때는 창업자가 하고 CEO가 하는 일이지만, 비즈니스가 성장할수록 그 일을 담당할 사람이 따로 필요해집니다.
사업개발은 늘 다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지금 아무리 잘 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성장을 멈춘 비즈니스는 곧 잘 안 될 예정인 것으로 볼 수도 있겠죠. 사업개발은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사업과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 경로를 만듭니다. 부동산 디벨로퍼와 같이 특수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다른 분야로 잘 적용하려면, 부동산 개발을 넘어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역량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부동산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막연한 거부감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을 갖길 원하면서도, 반대로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나 부동산으로 뭔가 해보려는 시도는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도 합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에서도 많은 경우 업종이 부동산이라는 이유로 제외되기도 하죠.
하지만 모든 일은 땅에서, 건물에서, 그 위에 서 있는 사람에서 시작됩니다. 임팩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정적인 기반이 제공될 때, 임팩트가 시작될 수 있고, 지속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가 유행하면서 유례 없는 재택근무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주거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더 늘어난 겁니다. 주거 빈곤이 곧 커리어 빈곤이 될 수도 있는 시대인 거죠. 집은 모두에게 기초 중의 기초입니다.
언택트 시대에도 부동산의 가치는 여전히 높습니다. MGRV를 통해 그 가치가 111만 청년의 건강한 독립으로 전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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