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세월의 기차

도시를 떠나 도시로 간다: 이방인의 기억가판대 2

by 목림

월요일 새벽. 왼쪽 종아리 경련 통증에 새어 나온 신음에 놀란 아내가 들어온다.

수서역 부산행 SRT 첫차를 타려면 3시에는 기상해야 한다. 아내는 여전히 부지런하다. 5시까지 수서역에 아내를 데려다주려면 나도 일어나야 한다. 먼 곳까지 강의하러 가는 아내가 측은하다. 더 편안한 삶을 꿈꾸는 건 여전하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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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참 어둡다. 오래전, 떠나는 여학생을 따라 뮌헨에서 급한 이삿짐을 쌓고 아무 연고도 없는 ‘Stuttgart’로 가는 기차에 올라타던 그때 그 독일도 어두웠다. 그저 그녀가 가는 곳이라는 이유 외에는, 슈투트가르트는 나에게는 아무런 장소도 아니었다. 옆자리에 털썩 앉는 나를 보는 놀란 동그란 눈이 오늘은 나의 종아리 경련을 본다. 고마운 사람이다. 일할 수 있다면 가야 한다. 살아내야 한다. 30여 년 전 급하게 올라탄 뮌헨발 슈투트가르트행 기차는 세월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최종 목적지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 아무것도. 지금도.

‘너무 오래 지내왔다. 소리를 찾아다니던 시절이 다 지나가고 결국 찾아내었다는 성취감은 삶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너무 늦게 안 자의 허탈함이 스친다. 돈이 돈을 만들고 모두 돈을 사고판다. 돈을 배우는 자들은 시간을 살아낸 다른 이들의 삶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겠지.’ 또다시 정한 곳 없이 떠다니는 생각들이 두서없이 바쁜 새벽을 참견하고 또다시 다른 이들을 정죄한다. 폐부를 부풀리는 3월의 공기가 제법 차갑다.

왜 또다시 기억은 가장 어울리지 않는 그 장소와 그 시간에 찾아오는 걸까. 바쁜 듯 앞서가는 아내가 수서행을 재촉한다. 아내가 사랑스럽다. 그녀를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