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들어가며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by 이도

어쨌든 들어가긴 해야겠는데, 막상 이 앞에 서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언젠가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으니, "그때"가 지금일 텐데 마음먹는 데도 한세월 그 문턱 앞에서도 한세월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라는 사람이 늘 이런 식이었던 거겠죠.


참 용기가 부족한 삶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집 앞에 작은 상가 건물이 하나 있었어요. 아니, 지금에서야 작은 상가 건물이지 당시에는 그 조그만 동네에서 가장 큰 상가 건물이었습니다.

5층이나 되는 건물의 중앙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는데, 어머니의 손을 잡고 타는 그 에스컬레이터가 뭐 그리 즐거웠는지, 그때는 늘 에스컬레이터를 타자고 어머니를 졸라댔습니다.


별천지 상가건물에서 파는 것 중 ‘구슬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당시 1,000원이라는 거금을 속칭 ‘구슬 아저씨’에게 드리면, 반짝이는 모자 모양의 플라스틱 컵에 구슬 아이스크림을 가득 담아주셨어요. 저는 한 번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놓친 적이 없습니다.

그때는 아이스크림을 퍼주는 사람이 아이스크림 사주는 사람(어머니)보다 더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인 줄로 알았으니까요.


집 앞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집에 돌아가던 길의 일입니다.

그날따라 그 상가건물이 눈에 치였어요. 마침, 주머니에는 어머니가 혹시 몰라 쑤셔 넣어주신 용돈이 있었고, 꺼내어 보니 붉은 천 원짜리 지폐가 두 장이나 있었습니다.

'세상에, 구슬 아이스크림을 두 컵이나 먹을 수 있는 거금이라니!'

땀을 뻘뻘 흘리며 놀았으니 당연히 아이스크림 생각이 날 테고 그보다, 한 번쯤은 혼자서도 에스컬레이터를 타보고 싶었습니다.


한 번도 혼자서 가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어린 시절의 저에게는 ‘도전’입니다. 동시에 구슬 아이스크림을 두 컵이나 먹을 절호의 기회이죠.


기회를 품은 모든 도전이 그러하듯 설렘이 반 망설임이 반, 성공이 반 포기가 반입니다.


결연한 마음으로 상가 건물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구슬 아저씨가 어디에 계시는지, 그때의 저는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긴장이 되는데, 무엇이 나를 긴장시키는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심장이 쿵쿵 뛰었습니다.

설렘이 반 망설임이 반, 성공이 반 포기가 반.


얼마나 서 있었을까,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 서 있지도 않았던 것 같지만) 입구에 가만히 서서 잠시 자신을 타이르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 주머니 속에 있는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괜히 만지작대며 뒤돌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냥 집으로 갈걸, 괜히 여기까지 왔어.


무엇에 그토록 심술이 난 걸까,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 채 괜히 툴툴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던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 다른 게 단 하나도 없어서 미안합니다. 돌아가는 길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저는 아직도, 그 길 위를 걷고 있습니다.


너무 오래 걷다 보니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나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보려 합니다.

그렇게 또다시 걷다 보니 결국 돌아온 곳이 이곳, 상가 입구입니다. 멈칫거리며 발걸음을 돌렸던 그곳에 저는 다시 서 있습니다.


기억이 희미합니다. 이제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들어가려 했는지,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떠오른다고 한들, 이곳이 예전과 같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죠. 그렇게 바라던 구슬 아저씨도, 에스컬레이터도 이제 이곳엔 영영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다만 사죄할 뿐입니다. 달라진 것 하나 없어 미안한 나에게, 도망쳐 나와 한걸음, 한걸음 포기의 발걸음이 쌓여가니 이게 실패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한 나에게,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들어가 보려 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어쨌든 들어가긴 해야겠는데, 막상 이 앞에 서니 용기가 나지 않아서요. 마음먹는 데도 한세월, 그 문턱 앞에서도 한세월입니다. 그래도 마침내 들어가려니 염치없지만 설렙니다.


잘 부탁드립니다.